‘노매드랜드’ 자오 감독, 아카데미 감독상에도...중국선 개봉도 못할 처지

입력 2021-04-26 16:48 수정 2021-04-3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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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국 비판 인터뷰로 중국서 뭇매…“23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불투명”
그가 연출한 마블 신작 '이터널스'도 위기
아카데미 수상 계기로 중국 분위기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도

▲클로이 자오 감독이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AP뉴시스
▲클로이 자오 감독이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AP뉴시스

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39) 감독이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Nomadland)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으며 아시아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하지만 정작 중국 내 반응은 싸늘하다.

26일 블룸버그통신은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당초 23일 중국에서 개봉 예정이었으나 현재 상영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자오 감독에 대한 중국 정부와 중국 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웨이보에서는 자오 감독이 수상소감을 밝히는 동영상을 포함한 노매드랜드와 자오 감독과 관련한 게시물이 여러 건 올라왔으나 불과 1시간여 만에 사라졌으며 중국 영화 리뷰 플랫폼인 ’더반‘에서는 노매드랜드의 영화 포스터도 종적을 감췄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웨이보는 중국 당국의 강한 통제 속에 운영되는데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게시물이 삭제되는 일이 흔하다.

자오 감독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처음부터 냉랭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노매드랜드로 아시아 여성 최초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할 때까지만 해도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의 자랑‘이라고 찬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가 2013년 한 인터뷰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중국의 자랑‘이었던 자오는 순식간에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해당 인터뷰에서 자오 감독은 중국에 대해 “사방에 거짓인 곳”이라고 표현했던 것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는 각종 비판으로 물들었다. 특히 중국 국영 철강기업인 쇼우강그룹 사장의 딸인 자오 감독이 중국을 비판했다는 점이 더욱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이와 관련해 후시진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은 8일 “(자오 감독에 대한) 이러한 분노와 태도 변화는 정상적인 것”이라며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며 지금까지 일어나는 일은 그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출처='노매드랜드' 포스터)
(출처='노매드랜드' 포스터)

노매드랜드의 배급사인 월트디즈니 산하 서치라이트픽처스로서는 중국 시장은 중요한 시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영화관 상영이 크게 제한되고 있는 주요 국가와 달리 중국 영화 시장은 관객들의 영화관 입장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영화 시장은 올해 사상 최고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티켓팅 플랫폼 업체 마오얀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26일 기준 중국 내 영화 티켓 매출 총액이 203억 위안(약 3조486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오 감독이 연출한 마블 신작 ‘이터널스(11월 개봉 예정)’의 흥행에 있어 중국 시장은 필수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 업계에서는 자오 감독이 스스로 중국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영화 프로듀서인 크리스 펜턴은 “자오 감독의 영화 제작 능력 등을 고려하면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그녀의 ‘중국 관련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치·영화 전문가인 스탠리 로젠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성수기용 대작 영화는 중국 시장이 필요하며, 그녀가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해야 할 시장”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 수상으로 중국 내 분노가 일부 누그러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젠은 “중국은 권위주의적인 사회체제에서도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보여주고 싶어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자오 감독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길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자오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신의 중국적, 유교적 뿌리가 일이 힘들어져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지탱해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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