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가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부품사의 실적은 이에 못 미쳤다. 사상 최대치에 근접한 해상운임이 부품사의 실적 상승세에 걸림돌이었다.
26일 완성차와 부품업계 등에 따르면 해상운임의 고공행진이 올해 1분기 자동차 부품사의 영업이익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에 따르면 “소형차와 대형 SUV를 미국으로 수출할 때 운임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대부분 보험료 때문이다”라며 “전체 운임에서 보험료를 제외한 기본 운임 비중이 작다 보니 상대적으로 운임 상승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동차 부품 수출은 ‘운임 등락’에 따라 영업이익이 큰 영향을 받는다”라며 “현대차와 기아가 100% 안팎에 달하는 영업이익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 증가분이 35% 수준에 그친 것도 운임 상승 탓”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해외판매의 절반은 현지생산, 나머지 절반은 국내생산 수출분(연간 약 250만 대)이다. 덩치 큰 자동차 역시 해상 운임비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전체 운임에서 보험료 비중이 높고, 기본 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보니 영향을 덜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조65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 역시 1조764억 원에 달해 작년 대비 무려 142.2%나 늘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의 1분기 영업이익(4903억 원)은 지난해보다 35.9%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앞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해상운임 상승 원인과 기업 물류비 절감 방안’ 보고서를 보면 최근 해상운임은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달 16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SCFI)는 작년 같은 주의 830 대비 241.3%나 상승한 2833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선사들이 보수적인 화물선 운용을 이어오면서 운임 지수가 상승했다.
2010년 이후 오랜 침체를 겪어온 해운사들이 적극적인 선박 발주에 나서지 않았고, 코로나19로 인한 해운 물동량 감소 이후 급격히 늘어난 선복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수에즈 운하의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 역시 해운 운임지수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해상 운임의 이런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 관계자는 "최근 해운업계가 화물선 신규 발주를 늘리고 있지만, 선복량이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부피가 작고 공급원가가 싼 부품업계는 당분간 해상운임 상승 여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