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지난달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되며 한시적으로 중단했던 서비스를 속속 재개하기 시작했다.
법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은행 창구 현장에서의 혼란은 초기보다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금소법 시행에 따라 판매 중지된 일부 상품이 정상화되지 못하는 등 금소법 시행 이전의 영업 환경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영업의 중심축을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비대면 영업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대면 영업의 축소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은 이달 23일부터 금소법 시행에 따른 업무처리 프로세스 개선 작업으로 한시적 중단됐던 STM ‘입출금통장 신규’ 서비스를 재개했다. STM은 은행 창구를 찾지 않아도 신분증 스캔 등을 통해 통장을 발급받고 비밀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지능형 현금자동입출금기(ATM)다.
금소법 시행에 따라 상품 설명서를 고객에게 직접 제공해야 하는 만큼 신규 거래 완료(계약 체결) 이후 계약서, 약관, 상품설명서 등 계약 관련 서류를 이메일로 발송하도록 개정해 다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은행 역시 키오스크 서비스를 정상화했고, 신한은행도 인터넷뱅킹 일부 대출상품 신청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금소법에 따른 현장에서의 혼란도 잦아들고 있다는 평가다. 정문철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2일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금소법 시행 이후 직원들이 30~40분씩 상품 설명을 하면서 힘들어했고 시행 초기 실적도 줄었다”며 “그러나 4월 들어서는 실적이 회복되는 상황이라서 금소법 영향에 따른 실적은 크게 좌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의 영업 환경은 금소법 이전으로 완벽히 회복되진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은 일부 상품의 경우 금소법 설명서·내부통제 마련 의무와 관련한 유예기간인 9월경이나 돼서야 업무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금소법 시행 이후 은행권에서 비대면 영업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은행의 영업 환경의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앞다투어 AI 등 디지털 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AI뱅커(인공지능 은행원) 개발에 착수, 스마트 키오스크 AI 상담원을 육성한 뒤 고도화를 통해 상담원, 심사역, 내부통제 등 다양한 금융업무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 신한은행도 AI 챗봇 서비스인 ‘오로라’의 지식품질 관리 기능을 고도화했다.
비대면 영업의 확대에 따라 은행 점포의 통폐합 역시 하반기 줄줄이 예고돼 있다. 국민은행은 7월 12일부터 28개 지점을 폐쇄, 통합 운영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6월 28일부터 9개의 영업점을 통합할 예정이며, 우리은행은 19개 지점을 7월 12일부터 통합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