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배씩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저 효과와 고수익 신차 판매 호조가 더해진 결과다. 다만, 2분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 확대와 주요 시장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돼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는 22일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1분기 영업이익이 연결 기준 1조656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보다 91.8% 증가한 수치로, 분기 실적으로는 2016년 2분기 이후 최고치다.
영업이익률은 2.6%포인트 상승한 6.0%로, 이 역시 2016년 2분기(7.1%)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8.2% 늘어난 27조3909억 원으로 집계됐고, 순이익은 1조5222억 원이었다.
기아는 1분기 기준 2012년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764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42.2%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3.4%포인트 상승한 6.5%를 기록했고, 매출은 13.8% 증가한 16조5817억 원을 달성했다.
양사의 호실적은 코로나19 기저효과에 고수익 차종의 판매 증가가 더해진 결과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세계 시장에서 도매 기준 100만281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7%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는 투싼과 GV70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판매가 10% 늘었고, 해외에서는 인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판매 회복세로 지난해보다 9.5% 많은 차를 팔았다. 특히, 제네시스와 SUV 등 고부가 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이 전년 대비 확대되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며 비우호적인 수출 환경이 조성됐지만, 글로벌 도매 판매 증가와 제품 믹스 개선이 환율 영향을 상쇄하며 매출액이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보다 6.7% 하락한 1114원을 기록했다.
기아도 1분기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6.4% 증가한 68만9990대를 판매했다. 국내에선 쏘렌토, 카니발, K5 등 주요 신차가 인기를 끌며 두 자릿수 판매 증가율을 보였고, 해외 시장에서는 쏘넷 신차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는 인도에서 가장 높은 성장을 거뒀다.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양사는 2분기 이후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고, 인도와 중남미 등 신흥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하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이날 진행된 컨콜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2분기 이후 생산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1분기에는 반도체 부족과 관련한 선제적 대응 방안 수립, 전사 차원의 재고 관리로 대규모 생산 조정은 없었다”라면서도 “자동차 수요의 빠른 회복에 따라 반도체가 조기에 소진되고 있고, 외부 요인으로 인해 수급의 어려움은 예상했던 것보다 장기화하는 양상”이라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대체소자 발굴 추진 △연간 발주를 통한 선제적 재고 확보 △유연한 생산 계획 조정으로 생산 차질 최소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양사는 2분기 이후 주요 신차를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전용 전기차 등 친환경 모델을 선보여 수익성과 시장 경쟁력을 개선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투싼, GV70, 아이오닉5를 세계 시장에 투입하고 기아는 K8과 텔루라이드, 쏘렌토, 셀토스 등 고수익 모델 판매에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는 전기차 항속거리와 충전 속도 개선, V2L(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하는 기능) 확장을 통해 전기차 기본 경쟁력도 강화한다.
전기차의 리튬이온배터리 셀 에너지 밀도를 현재 600Wh/ℓ에서 2025년 700Wh/ℓ로 개선하고, 2027년에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당사 주도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배터리 전문업체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2030년께 본격적인 양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