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 내세운 '서울형 거리두기'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일관된 방역'을 강조한데다 오 시장이 학교 현장에서 시범사업으로 도입하겠다는 자가진단키트를 교육부에서 반대하는 등 난관에 부닥쳤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이른바 '서울형 거리두기'를 강조했다. 업종별ㆍ업태별 맞춤형 방역수칙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지난 주말까지 매뉴얼을 마련해 이번 주 초부터 시행 시기와 방법을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 협의할 예정이었지만 매뉴얼은 골격을 갖추지 못했다.
현장에 따라 방역수칙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서울시와 달리 정부는 '일관된 방역'을 강조하고 있다. 중대본 본부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18일 중대본 회의에서 "방역 전선에 중앙과 지방이 따로 있을 수 없는 만큼 단일대오를 이뤄 물샐틈없이 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대본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히자 서울시는 '세밀한 매뉴얼'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형 거리두기를 시행하더라도 현장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서울시도 '일관된 방역'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방역 지침이 시민과 국민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유미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통제관은 21일 브리핑에서 "대면뿐 아니라 비대면으로 지속해서 실ㆍ국ㆍ본부에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종에 특성이라든지 위험도를 고려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의 속에서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형 거리두기'의 또 다른 축인 자가진단키트도 당장 도입이 어려워졌다. 오 시장은 학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시범적으로 적용하자고 제안했지만 교육부는 유전자증폭검사(PCR) 접근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직 식약처로부터 허가 승인을 받은 자가진단키트가 없고, 여러 전문가가 자가진단키트의 민감도나 실효성 문제에 대해서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서부터 이것을 적용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의 결정에 서울시는 "자가진단키트 정확도에서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자가진단키트 시범 적용을 철회하지 않았다. 식약처에서 허가한 제품으로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할 뜻을 밝혔다.
박 통제관은 "식약처와 질병청에서 적극적으로 사용 승인 가능한 자가진단키트를 검토를 하고 있고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시는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할 때 식약처에서 허가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허가가 되고 사용 방안에 관련돼 질병청에 검토의견이 나오게 된다면 교육청과 학교와 협의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식약처 허가를 전제로 "학교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 시범 적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