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과 공급망 확보 경쟁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18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만간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인근과 애리조나, 뉴욕 등을 후보지로 놓고 추가 공장 건설을 검토해왔다. 이 가운데 1공장이 있는 오스틴 지역이 유력한 상황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늦어도 여름까지는 미국 투자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에서는 이보다 빠른 내달 하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전후해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계획이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제3공장(P3)도 현재 공사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에는 투자계획이 공식화될 전망이다. 이 공장은 메모리(D램, 낸드)와 파운드리 라인이 공존하는 복합 생산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택 P3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초공사에 들어갔으며 현재 다수의 타워크레인을 투입해 철골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이다.
평택 P3 라인은 공장의 길이가 700m로 P2(400m)의 1.7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면적도 70만㎡ 규모로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전체 투자 규모도 각각 30조 원가량이 투입된 P1, P2보다 훨씬 클 것으로 관측된다.
초미세공정을 위해 대당 1700억∼2000억 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많이 쓰는 삼성전자의 라인 특성을 고려할 때 P3 전체 투자비가 40조∼5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연초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P3 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이 부회장으로 구속으로 결정이 늦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건의가 늘고 있지만 사면 여부는 예측할 수는 없다"며 "미·중 패권 다툼 등으로 국내 반도체에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삼성이 총수 부재 속에서도 중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