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전날 국내 증시에서 1220억 원 순매도를 비롯해 지난 3월17일 이후 19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 유지규칙을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현행보다 ±1%포인트 높은 ±3%포인트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올해말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16.8%지만 여기에 SAA 허용범위 ±3%를 적용하면 최대 19.8%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늘릴 수 있다. 코스피 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때 연말까지 국민연금은 최대 169조 원 가량의 국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1월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 규모는 총 179조9689억 원으로 기금 전체 운용액 855조7280억 원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허용범위 확대를 통해 10조6247억 원만 추가 매도하면 되는 상황이 됐는데 2월과 3월 매도량을 고려하면 5조7000억 원 정도만 추가매도하면 된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연기금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17조3147억 원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관 전체의 순매도 금액 33조7880억 원의 절반을 넘어서는 비중이다. 연기금의 수급이 기관의 수급을 결정 짓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때문에 증권가에선 기금위의 리밸런싱 변경에도 전체 목표 비중에 변동이 없어 기존의 매도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결정은 연기금의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수급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증시 방향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면서 “지수 레벨 상승과 연관성이 높은 주체는 외국인으로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범위가 기존 ±3.0%p에서 ±2.0%p로 –1%p 하향됐기 때문에 전체 이탈 허용범위는 기존과 동일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전략적 자산 배분 상단인 19.8%까지 국내 주식을 축소하려면 지금부터 0.7%포인트만큼 비중 축소가 필요하다"며 "국민연금 투자자산이 856조5000억 원이라 가정하면 전략적 자산 배분 상단까지 6조 원의 매도세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