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김용정 서울부민병원 진료원장 "마흔 살에 미국행, 다 말렸지만 도전했죠"

입력 2021-04-21 15:00 수정 2021-04-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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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정 진료원장 (사진제공=서울부민병원)
▲김용정 진료원장 (사진제공=서울부민병원)

미국에서 20년간의 의사생활을 접고 후학 양성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갈고 닦은 지식을 수직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수평적으로 공유하며 후배들이 스스로 깨닫게 한다. 경력이 쌓이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수술의 핵심에만 관여하는 의사가 많지만, 피부 절개부터 봉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걸 의사로서 철칙으로 여긴다.

김용정(61) 서울부민병원 진료원장은 국내 척추 수술의 대가로 꼽힌다. 현재까지 출판된 척추 변형 논문 2만여 편 중 김 원장이 발표한 논문 3편은 가장 많이 인용된 100편의 논문에 선정됐고, 청소년기 척추측만증 수술에 관한 2편의 논문은 소아정형외과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100편의 논문 중 하나다.

지난해 서울부민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김 원장은 수술이 불가하다는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진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준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척수 견인 증후군으로 척수가 천추까지 내려와서 마비의 위험성이 높은 환자가 있었다. 5살 때 대학병원에서 수술 받은 후 30살이 될 때까지 전국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수술을 시도했는데 위험하다고 수술을 못 하겠다는 말을 듣고 포기 상태였다”라며 “그 환자에게 수술할 수 있겠다고 말하니 그 말 한 마디에 행복해하더라. ‘의료기사 시스템’으로 수술 중 마비가 오는 걸 감시하면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환자는 지금 직장에 잘 다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의 실력의 배경에는 20년 전인 2000년 ‘배움’을 위해 택한 미국행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는 척추 수술과 관련해 큰 수술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다. 작은 수술 후에 시간이 지나면 큰 수술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걸 해결할 만큼 지식이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의술은 발전하는데 우리는 그게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고 따라가기 바빴다”라며 당시 의료계 현실을 지적했다.

호기롭게 미국 땅을 밟았지만, 1년 만에 생활고에 직면했다. 돈을 벌기 위해 현지 병원 척추 수술방에서 수술을 감시하는 의료기사 역할을 했는데 이는 돈을 버는 수단이 되기도 했지만, 훗날 한국에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척추 수술을 하다 보면 신경이 죽을 수 있는데 미국에선 마비가 오는지 의료기사가 감시를 했다. 과학의 영역으로 본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마비가 오는 걸 그냥 운명에 맡겼다”라며 “경험을 통해 의료기사 역할의 필요성을 알게 됐고, 서울부민병원에 와서 의료기사 시스템을 도입했다”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병원에서 부딪히고 연구하며 배운 자료를 토대로 논문을 여러 편 낸 김 원장은 2005년에 미국 의사시험에 합격했고, 2006년부터 현지에서 수술을 시작했다. 2008년에는 콜롬비아 의과대학 교수로 임용됐다.

도전하는 삶을 살아온 김 원장은 “도전은 늘 두렵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남과 다르기 때문이다. 남과 다름을 구현하는 것이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라며 “돈이 많고 적고, 업적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추구하기 위해 도전을 해야 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을 선택을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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