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재검토 계획을 밝힌 지 두 달이 넘도록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서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직원들과 협력사 등이 애꿎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선 매각이 아닌 철수로 결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LG전자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 달 5일 이사회를 열고 철수 혹은 매각 방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철수로 운영방침이 정해지면 3700명에 달하는 MC사업본부 직원들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매각 쪽으로 기울더라도 직원들은 계열사 이동이나 아예 회사를 옮겨야 하는 혼돈 상황에 빠지게 된다.
직원들은 두 달 넘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등 어지러운 상태다. 이미 내부에선 사무직 노조에 가입하면, 지방으로 좌천된다는 등의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MC사업본부 한 직원은 "고용은 유지한다고 하지만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 아니겠느냐"며 "내부에서도 이직을 준비하거나, 언제 결론이 나올지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는 등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LG전자는 최근 기존 스마트폰 재고를 공짜폰 수준으로 팔고 있다. 향후 사업 철수 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LG전자는 회사차원의 방침이 명확히 선 후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만 밝힌 상태다.
협력사 역시 존폐 기로에 섰다. 모바일 사업 철수가 현실화할 경우 피라미드식의 재하청 구조에서 1차 협력업체부터 2차, 3차로 이어지는 도미노 피해가 우려된다.
1차 협력사 코스닥 기업 일야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난해 거래가 중단됐는데,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90% 가까이 급감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철수한다는 건 수백 개 협력업체에 절체절명의 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방향성 없이 재검토 계획을 발표해 불필요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라며 "협력사와 근로자,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소통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