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29일 주주총회에서 ‘스튜디오 지니’에 대한 기대감을 밝히며 주주들을 향해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KT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제39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5개 안건이 상정됐으며,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정관 일부 변경에 따라 2개의 목적사업이 추가됐다. KT는 디지털 물류사업을 위한 ‘화물운송업 및 화물운송주선업’과 빅데이터ㆍ클라우드 기반의 바이오 정보 사업을 위한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을 목적 사업으로 추가했다.
주총장에서 주주들은 구현모 대표를 향해 미디어 콘텐츠 분야 사업 전략, 타사와의 협업 등을 질문했다.
발언권을 얻은 한 주주는 자신을 기관투자자라 밝히며 “스튜디어 지니 법인 설립과 관련해 미디어 사업의 전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KT는 지난해 11월 신설법인 ‘스튜디오 지니’를 설립했고,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3년간 최소 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구현모 대표는 주주의 질문에 “최근 들어 콘텐츠가 미디어 사업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진 사업자과 그렇지 않은 사업자 간 경쟁력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앞서 간담회에서 강조했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미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구 대표는 과거 콘텐츠 사업 실패담도 언급했다.
그는 “과거에 두어 번 KT가 시도했으나 그때는 재미를 못 봤다”며 “이제는 콘텐츠 사업 환경도 많이 바뀌어 한류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콘텐츠고 이익을 내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했다.
KT는 2012년 미디어콘텐츠 사업본부를 분사해 ‘KT 미디어허브’를 출범했으나 큰 성과 없이 2년 만에 다시 그룹으로 흡수한 전례가 있다.
그는 “1300만명이 되는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콘텐츠 사업이 필수라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다른 사업자와 달리 빅데이터 인공지능(AI)등 기술이 있어 그냥 콘텐츠 사업자보다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주 발언에서 손일곤 KT새노조 노조위원장은 △허수경영 부활 △네트워크 운영 본부 성과 부진 △외부 사업 동맹 △MZ 세대와 소통 등을 질문했다.
특히 그는 SK텔레콤(SKT)과 카카오 간 지분 맞교환 등을 언급하며 “KT와 동맹하는 회사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해 구 대표는 “기본적으로 다른 기업, 다른 그룹과 같이 제휴해서 할 것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다만 올바른 파트너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부터 강조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의 전환’도 언급했다. 취임 1년을 맞은 구 대표는 지난 1년간 KT를 새로운 회사로 바꾸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디지코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는 “금융, 미디어콘텐츠 등 콘텐츠 사업을 포함한 디지코 영역이 현재 매출액의 30% 후반대”며 “2025년까지 디지코 매출액을 50%로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행히 시장에서 디지털 전환 수요가 많다”며 “시장은 충분히 크고, 열심히만 하면 이익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지정좌석제 도입 등으로 원활한 질의응답이 불가능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KT는 코로나19에 따라 지정좌석제를 도입했고, 메인 주총장 외 공간에서 원격으로 주총장을 연결해 생중계했다. 이 공간에서 주총을 봐야 했던 주주들은 강성 주주들을 일부러 소외시킨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권을 얻지 못한 한 주주는 “짜고 치는 것 아니냐”며 “주총 무효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주총장 밖에서는 KT파워텔 노조가 매각 반대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KT의 일방적인 파워텔 매각에 반대한다”며 “광화문 본사에서도 28일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현모 대표 등 경영진은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KT는 KT파워텔을 아이디스에 매각한다고 밝히며 이달 말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까지 마무리하고 계약을 종결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