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의 나이를 기준으로 가구별 연령대를 20~30대 가구, 40~50대 가구, 60대 이후 가구로 나누어 그룹별 거주용 주택 선호를 생각해 보자. 20~30대 가구들은 대부분 1~2명의 성인과 0~2명 정도의 영유아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교외의 넓고 쾌적한 집보다는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위치한 경제적인 집을 선호한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점차 학군이 발달한 곳에 위치한, 그리고 아이들에게 각자 방을 줄 수 있는 정도 크기의 집을 선호하게 된다. 60대 이후 가구들은 자녀가 독립을 하면서 번잡한 도심보다는 교외의 넓고 쾌적한 집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거주용 주택 선호 변화를 반영하여 주택 구매 수요를 살펴보자. 20~30대 가구는 추후 자신들이 선호하는 집을 구매할 수 있다는 희망만 있다면 굳이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을 내며 당장 도심의 작은 집을 소유할 절박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후 3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까지가 주택 구매 욕구가 가장 강렬한 시기다. 이 시기에 성공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가구들은 60대 이후로는 자식들에게 증여나 상속으로 넘겨줄 방안을 고민한다. 자식들이 스스로 주택을 구매했거나 구매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그제서야 비로소 소유 주택에 대한 매도도 생각해 본다. 결국 20~30대 가구의 선취매 절박감을 진정시키고, 60대 이후 가구의 증여나 상속 물량을 매도로 유도하는 것이 주택시장 안정의 열쇠다.
예를 들어 가구원 누구도 과거 주택이나 주택의 지분을 소유한 적이 없는 40대 혹은 그 이후 가구들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경우, 30년 만기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주택 구입가의 70~80%까지 국가가 보장해 주자. 그리고 해당 주담대를 받은 가구가 향후 다른 주택이나 주택의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대출 잔액 전부를 즉각 상환토록 하자. 1차 목표는 20~30대의 영끌바잉을 진정시켜 수요를 조절하고, 흙수저 가구들도 비슷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편, 주택의 지분 일부라도 증여받았던 사람은 해당 주담대를 평생 받을 수 없다면 증여의 기회비용이 커진다. 더욱이 자신이 증여해 주지 않아도 아이들이 나중에 집을 살 수 있다면, 지금부터 보유세까지 부담지울 필요도 없다. 다주택자들은 증여보다 매도를 모색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년 자식들이 해당 주담대를 받는다면, 다주택 부모들은 보유 주택을 상속하기보다는 사전에 매도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다. 더이상 주택을 재산 증여나 상속의 매개체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연스레 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다. 만약 양도세나 기타 거래비용 인하가 병행된다면 더 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수저와 흙수저 간의 출발선 격차도 좁히고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혹자는 현재 유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된 점을 들어 추가적인 대출 확대 방안에 반대할 수도있다. 그러나 이는 신도시 건설로 일시적으로 풀릴 유동성을 감안한다면 훨씬 안정적인 방법이다. 정부가 장기 계획에 따라 해당 주담대 상한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면, 당장 유동성의 폭발적인 증가 없이 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가령 10년 후부터는 해당 주담대가 주택 구입가의 80%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믿음만 심어준다면, 현재의 20대는 영끌바잉을 하지 않을 것이고, 어린 아이들을 둔 다주택자들은 증여보다는 매도를 택할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들 사이에 그러한 믿음이 자리잡는다면, 정권이 여러 차례 교체되어도 그 믿음을 배신하기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