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을 제조하는 폭스콘이 BEV(전기차) 위탁 생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폭스콘의 위탁 생산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완성차 업계의 기존 사업 방식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28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 업체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은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미국 위스콘신에 있는 폭스콘 LCD 공장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2023년 말부터 가동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연구개발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생산기지로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는데, 7월 내로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애플의 아이폰 생산에 주력하던 폭스콘은 지난해 10월 전기차 위탁 생산에 나서겠다고 처음 발표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스마트폰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전망이 밝은 전기차 사업을 택한 것이다.
류양웨이 회장은 “자동차 동력이 엔진에서 모터로 바뀌면서 정보통신 기업이 신시장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향후 회사의 전기차 사업 규모는 현재 주력 사업인 전자제품 위탁생산을 웃돌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폭스콘은 이와 함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IH’도 공개했다. MIH는 개방형 맞춤 플랫폼으로, 규격에 맞춰 만든 모듈을 완성차 업체에 조달하는 방식이다. 폭스콘은 이 플랫폼을 활용한 위탁생산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폭스콘은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바이튼의 전기 SUV ‘M-바이트’를 내년 1분기부터 위탁 생산하기로 했고, 중국 지리자동차와도 생산 전문 합작사를 설립했다. 미국에서도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Fisker)와 연 25만대 이상의 물량을 공동생산하기로 합의를 마쳤다.
업계 일각에서는 폭스콘의 미국 공장 건설을 애플과의 협업까지 염두에 둔 선택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애플카’ 생산 역량을 갖추려 한다는 해석인데, 폭스콘은 일단 이를 부인한 상태다.
이미 위탁생산 방식은 자동차 업계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부품사 마그나(Magna)는 계열사를 통해 오스트리아에서 BMW,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토요타 일부 차종을 위탁 생산 중이다.
국내에서는 동희오토가 기아 모닝의 생산을 맡고 있고, 한국지엠(GM) 군산공장을 인수한 부품사 명신은 4월부터 전기차를 위탁받아 제작할 예정이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수행할 ‘광주글로벌모터스’도 9월부터 현대차의 경형 SUV를 위탁 생산한다.
위탁 생산은 제조사 입장에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품종을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생산 시설 관리와 노사 관계처럼 복잡한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폭스콘의 위탁생산이 본격화하면 기존 완성차 업계에도 적잖은 파급력이 있을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이 현지 생산을 추진 중인 미국은 리비안, 루시드 등 다수의 전기차 스타트업이 있어 협력 기회가 많다"라며 “폭스콘이 위탁생산을 통해 전기차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공정을 내재화하던 완성차 업체의 사업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