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밝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판결에 대한 견해를 LG에너지솔루션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 배터리 소송 관련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 의견문을 내고 "ITC(국제무역위원회)는 5일 최종판결문에서 SK의 증거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전사적으로 자행되었고, 자료수집 및 파기라는 기업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언급했다"고 반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악의적인 증거인멸에도 불구하고 LG는 남아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개연성 있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밝히면서 22개의 침해 사실이 명확하다고 판결했다"며 "LG의 입증 수준은 미국 법원이 기존 사건에서 요구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설명하며 구체적인 카테고리 목록도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근거로 ITC는 10년간의 수입 금지명령을 내렸다"며 "그런데도 아직 ITC 판결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까지 오도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더는 소모적 논쟁을 하지 말고, SK가 동의한다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판결문에 적시된 영업비밀 리스트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양사가 직접 확인해보는 것을 제안한다"며 "해당 증거자료는 현재 양사 대리인들만 확인할 수 있으며, 양사가 동의할 경우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1일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를 통해 위 내용과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며 "전 세계적인 ESG 경영 기조 속에서 경쟁회사의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는 것은 기업운영의 기본이며 이사회의 역할은 이를 위한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관리 감독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패소 요인을 글로벌 분쟁 경험 미숙으로만 인식하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번 소송은 단순히 양사 간의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산업에서 지식재산권이 얼마나 중요한 국제 경쟁력으로 작용하는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당사는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소중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이사는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당사가 당면한 ITC(국제무역위원회) 소송 문제로 주주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우선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며 "ITC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