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준대형 세단 ‘K8’의 세부 사양과 가격을 공개하고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상품성을 현대자동차 그랜저보다 한 단계 높게 설정해 고급차 수요를 공략하고,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잠식)’을 피하려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K7의 후속 모델로 등장한 기아 K8은 차체 크기부터 성능, 편의사양을 그랜저 윗급에 맞췄다. 그랜저와 맞대결을 펼치는 대신, 상품성을 차별화해 전체 준중형 세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K8은 차체 길이(전장)부터 5015㎜에 달한다. 그랜저(4990㎜)는 물론이고 제네시스 G80(4950㎜)보다도 더 긴 차체를 확보했다. 휠베이스(축간거리)는 그랜저보다 10㎜ 길지만, 높이(전고)는 15㎜ 낮다. 전체적으로 그랜저보다 낮고 긴 차체를 갖췄다.
파워트레인 종류도 그랜저와 차별화했다. K8은 △2.5 가솔린 △3.5 가솔린 △3.5 LPi 모델을 우선 출시하고, 상반기 중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반면, 그랜저는 △2.5 가솔린 △3.3 가솔린 △2.4 하이브리드 △3.0 LPi로 파워트레인이 구성돼 있다.
가솔린과 LPi 모델 모두 K8이 전반적인 배기량을 키웠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쏘렌토가 사용한 엔진을 얹었다. 3.5 가솔린과 LPi 모델은 기존모델보다 배기량이 늘어났음에도 신규 8단 변속기를 적용해 연비를 각각 6%, 5% 향상했다.
특히, K8 3.5 가솔린 모델은 국산 준대형 세단 최초로 전륜 기반 AWD(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해 차별화한 주행 감성을 확보했다. AWD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노면 조건과 주행 상태를 판단해 구동력을 전ㆍ후륜에 능동적으로 배분할 수 있어 탑승자에게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한다.
첨단 안전 기술과 고급 편의 사양도 대거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K8은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2),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를 비롯해 기아의 가장 진보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드라이브 와이즈’를 적용했다.
운전석에는 공기주머니 7개를 활용해 운전 환경에 맞게 최적의 착좌감을 제공하고, 운전자의 피로감을 낮춰주는 ‘에르고 모션 시트’를 기아 최초로 채택했다.
에르고 모션 시트는 △공기주머니를 개별적으로 제어해 앉은 상태로 스트레칭을 하는 듯한 효과를 주는 ‘컴포트 스트레칭 모드’ △주행 상태를 스포츠로 변경하거나 시속 130㎞ 이상으로 주행 시 시트의 지지성을 조절해 운전자의 몸을 꽉 잡아주는 ‘스마트 서포트’ △운전 1시간 경과 시 공기주머니를 조절해 편안한 착좌감을 주는 ‘자세 보조’ 등을 지원한다.
감성적인 만족감과 편리한 연결성을 동시에 제공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K8의 특징이다. K8은 영국의 대표적인 고급 오디오 시스템 브랜드 ‘메리디안’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최초로 갖췄다.
실내 전면부에 있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다른 디자인을 제공하는 '12.3인치 계기반'과 기아 페이(KIA PAY) 등을 지원하는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구성돼 운전자에게 최적의 정보를 제공한다. 기존 대비 투영 면적과 그래픽 크기를 50% 키워 시인성을 높인 12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기아 최초로 적용했다.
모델별 가격은 △2.5 가솔린 3279만~3868만 원 △3.5 가솔린 3618만~4526만 원 △3.5 LPi 3220만~3659만 원으로 책정됐다. 상품성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가격은 그랜저와 비슷한 수준이다. 2.5 가솔린 모델을 기준으로 그랜저는 가격대를 3294만~4108만 원으로 형성하고 있다.
기아는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춘 K8을 앞세워 기존 그랜저 수요층을 빼앗기보다는, 엔트리급 수입차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을 계획이다. 고급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그랜저를 뛰어넘는 국산 고급 세단으로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사전계약에 돌입한 새로워진 기아의 첫 번째 모델 K8은 국내 준대형 시장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