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을 서두르고, 퇴직연금을 강제형 내지는 준강제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금 개혁을 미룰수록 미래 가입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다.
한국연금학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초고령사회 공·사 연금개혁’을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현장에는 소수 관계자만 참석하도록 하고, 세미나를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주제발표에서 “국민연금 불신의 뿌리인 ‘미래 지급 가능성 불안’은 ‘연금지급 법제화’로 해소될 수 없다”며 “기존 제도 틀에서 일부를 조정하는 모수적 개혁으로는 공적연금의 보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미래세대일수록 노후부양 부담 크므로, 현재 세대가 개입할 수 있는 국민연금에서 현재 세대 재정 책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또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의 역할을 정립해 계층별 적정 노후소득보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소득대체율을 40%에서 30%까지 인하하고, 보험료율은 9%에서 12%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미래 노인 수 증가에 대비해 기초보장 재정을 관리하면서 하위계층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행 70% 노인에게 제공하는 기초연금을 하위계층 대상의 최저보증연금으로 전환하고 금액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완전비례연금으로서 역할을 하고, 최저보증연금은 하위계층을 대상으로 한 재분배 제도로 자리 잡고, 퇴직연금은 연금 수령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최기홍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미시모의실험 모형에 기반한 추계기간 180년(2020~2200년)의 장기재정추계 모형을 구축하고, Lee and Yamagata(2003)의 방법론에 따라 국민연금의 개방집단 재정상태표를 작성해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2020년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한 보험료는 20.157%로 현 보험료 9%와 격차는 11.157%포인트(P)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의 점진적 개혁안에 의한 재정 안정화에는 한계가 있고, 기초연금 등 모든 관련 제도를 포괄하는 재구조화가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구조적 개혁은 상당한 기간의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며, 제도 전환비용의 절감 차원에서 보험료 인상, 소득재분배 정상화 등 최소한 점진적 개혁의 조속한 시행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한 토론에서 전병목 조세정책연구본부장은 “보험료 인상 없는 수입·급여 조정을 통해서는 국민연금 재정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며 “제도 자체의 재정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보험료 인상을 중심으로, 수급연령 상향, 물가지수 적용 조정, 급여산식 조정 등을 함께 활용함으로써 가입자·수급자들이 수용 가능한 정책조합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적연금의 노후소득보장기능 강화’를 주제로 한 발표해서 “급격한 고령화로 장수 리스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적연금은 재정 문제로 확대에 한계를 갖고 있는 만큼, 사적연금 활성화를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선진국의 강제 퇴직연금 운용 사례를 들어 “사적연금의 연금수령 의무화 고려 시 최소보증 여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탈리아 TFR 제도와 같이 우리나라도 퇴직금을 퇴직연금 계좌로 자동 편입되도록 하는 자동이전제도의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직 시 IRP 계좌를 해지하지 못하게 하거나 페널티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KCMI) 펀드·연금실장도 “퇴직연금 관련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퇴직연금이 퇴직금에서 연유된 후불임금이라는 성격보다는 개인의 노후소득 강화라는 사적영역을 국가가 기업을 통해 강제하는 준공적연금이라는 제도 특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