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 조사 대상 지역8 곳 중 5곳에서 투기 의심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범위하게 투기 의심 사례가 나오면서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인천 계양·부천 대장·고양 창릉·하남 교산·광명 시흥) 개발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정부 합동조사단은 국토교통부(4509명)와 LH(9839명)직원 1만4348명의 본인 명의 거래를 전수조사한 결과 투기 의심 거래자는 모두 20명이라고 밝혔다. 모두 LH직원이다. 지난 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가 밝힌 LH 직원 13명이 포함돼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에선 7명만 추가로 드러난 셈이다.
조사에선 광명ㆍ시흥신도시에서 투기 의혹 거래자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 창릉 3명, 남양주 왕숙 2명, 과천지구과 하남 교산에서 각각 1명 씩 나왔다. 1차 조사가 본인 명의의 거래만 조사한 겉핥기식 조사였는데도 신도시 6곳 중 4곳, 100만㎡ 이상 대규모 택지인 과천 과천지구까지 포함하면 모두 5곳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나왔다.
시장에선 소위 투기 '타짜'들은 본명이나 가족 명의가 아닌 지인이나 먼 친척의 이름을 빌려 투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번 조사 결과가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3기 신도시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대책협의회(공전협)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3기 신도시와 전국 공공주택지구의 개발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조성을 반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 5일 가장 처음으로 올라온 철회 요청 글엔 이날 오후 기준 6만7000명 가까이 동의한 상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투기 의심 거래가 여러 곳에서 있었던 만큼 신고시 지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보상이 이뤄진 땅은 국유지로 비축해 공공용지로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신도시 조성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3기 신도시 조성으로 나올 주택 공급 물량은 무려 23만 가구가 넘는다. 2.4 대책 후속으로 나온 광명시흥 신도시 7만 가구를 비롯해 △남양주 왕숙 5만4000가구(866만2125㎡) △인천 계양 1만7000가구(333만1714㎡) △부천 대장 2만 가구(343만4660㎡) △고양 창릉 3만8000가구(812만6948㎡) △하남 교산 3만4000가구(631만4121㎡)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을 백지화할 경우 20만 가구 넘는 물량이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3기 신도시 조성이 좌초할 경우 LH등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2.4 대책 전체의 동력이 위태로워진다. 일각에선 신도시 지정 취소로 인한 법적 분쟁 가능성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이번 사태로 주택공급 계획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없다"며 "지연이 되더라도 일단 밀어붙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이날 1차 결과를 직접 발표한 정세균 국무총리도 "주택 공급은 LH만 단독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한 셈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도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