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하자 사기그릇을 휘둘러 저항한 여성에게 내려진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처분을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9일 성추행 가해자에게 그릇을 휘둘러 저항하다 상해 혐의로 입건된 A 씨가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A 씨의 청구를 인용 결정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8년 10월 자신을 성추행한 B 씨에게 사기그릇을 휘둘러 귀 부위를 다치게 한 혐의(상해)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후 B 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A 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하지만 피해 정도를 참작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지기 않는 처분이다. 이에 A 씨는 강제추행의 방어 차원이었을 뿐, 적극적으로 공격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재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구체적으로 “B 씨는 귀에 봉합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했으나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상해를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음에도 검찰은 A 씨에 대한 피의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 씨는 A 씨보다 9살가량 젊은 남성으로 완력을 이용한 갑작스러운 강제추행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급박한 상황에서 다른 방어 방법을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B 씨는 밤 10시가 지난 무렵 A 씨를 뒤따라가 욕실 전원을 끄는 등 공포심을 야기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나가지 못하게 한 다음 기습적으로 강제추행을 했다”면서 “사건 당일 정황, 강제추행이 이뤄진 장소의 폐쇄성 등을 고려하면 A 씨의 방어행위는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검찰로서는 B 씨가 입은 피해가 상해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한 다음, 당시 A 씨가 놓인 상황 등을 면밀히 따져 형법상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살폈어야 한다”면서 “충분한 조사 없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