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Eye] 인플레 우려 부추기는 두 입...미 국채 금리를 어쩔꼬!

입력 2021-03-05 16:09 수정 2021-03-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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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그랬다.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고 있었는지는 썰물이 되면 비로소 알 수 있다”고.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장기 금리가 치솟으면서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고 있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 시절,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호황을 누리던 대형 기술주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글로벌 개미들의 최애 종목인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들이 일제히 맥을 못 추고 있다. 풍부한 현금 흐름에도 미래 가치 창출에 기대어 단기 대출에 의존해 오다가 국채 금리 급등과 함께 시장 대출 금리가 뛰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기술주 조정 부추긴 파월의 입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작년 12월 1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작년 12월 1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1% 떨어진 1만2723으로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작년 말 수준을 밑돈 것은 물론, 올해 상승분도 모두 까먹었다. 2월 최고치에서 하락률은 9.7%에 달해 조정국면에 진입하는 ‘10%’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락 요인 중 하나는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미국 장기 금리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장기 금리 상승에 대해 “금융시장에 지속적인 압박이 나타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구체적인 억제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이런 무책임한 한 마디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5%대를 넘어섰고, 주가수익비율(PER)이 높고, 고평가되던 반도체 종목에 매도세가 유입됐다. 지난해 5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한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4일 5% 하락했다. 2월 기록한 연중 최고치에서 하락률은 약 13%로, 빠르게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SOX의 부진은 반도체 부족이 기업 수익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한층 강해지는 탓도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우리나라 삼성전자는 신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이 시작되려면 아직 한참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수요가 아무리 강해도 팔 제품이 없으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인플레 우려 불 붙인 바이든의 고육책

▲U.S. President Joe Biden displays his face mask as he speaks during an event to commemorate the 50 millionth coronavirus disease (COVID-19) vaccination in the South Court Auditorium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February 25, 2021.
▲U.S. President Joe Biden displays his face mask as he speaks during an event to commemorate the 50 millionth coronavirus disease (COVID-19) vaccination in the South Court Auditorium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February 25, 2021.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약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하는 2%를 크게 밑돌고 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규모 추가 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장기 금리가 계속 뛰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초만 해도 1.0%를 밑도는 수준이었으나 지난달 급등세를 보여 25일 장중 한때는 1.6%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한 차례 불안에 빠뜨렸다. 이후 금리는 다소 진정되면서 이번 주 초반 1.4%대에서 움직이다가 최근 다시 뛰고 있다.

이런 모순의 배경에는 여러 힘이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풍부한 잉여 생산 능력과 수십 년에 걸친 습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월만 해도 “내가 자란 시절에 경험한 불쾌한 인플레이션은 멀리 지나가고 또 발생할 것 같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인플레이션율이 2%를 크게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준이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과 바이든이 제안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경기 회복을 지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웬디 에델버그와 루이스 샤이너 연구원은 바이든의 1조900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책이 모두 시행될 경우,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7.8%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고, 실업률은 일시적으로 3.2%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플레와 별개의 문제

작년 봄 마이너스(-)권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크게 반등하면 자동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접종을 마친 소비자들 사이에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 기업은 다시 가격 결정력을 가질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인플레이션율이 2분기 2.75%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일시적인 영향은 인플레이션의 방향성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것은 경제 성장 여지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휴업 상태에 있는 회사와 실업자, 심지어 물가와 임금 설정을 좌우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향후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시사하고 있다. 경제조사기관 매크로폴리시퍼스펙티브의 이코노미스트는 코어 인플레이션율이 연말에는 1.2%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국채 금리 충격에 코스피는 또...

미국발 악재에 5일 국내 증시는 또 죽을 쒔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7.23포인트(0.57%) 내린 3026.26에 장을 마쳤다. 이날 지수는 7.33포인트(0.24%) 내린 3036.16에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하며 장중 한때 2% 이상 떨어진 2980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구세주는 또 개미들이었다. 지수는 개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을 축소하며 마감했다.

호재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 금요일인 게 다행이다. TGIF!!!

월요일에는 신께서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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