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 대신 미등기임원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앞서 김 회장에 대한 취업제한이 해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향후 거취를 놓고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한화그룹은 26일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도 회사별 사업 특성에 맞춰 자율ㆍ책임경영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점을 고려해 김 회장은 등기임원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앞으로 계열사의 경영 활동에 관여하기보다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글로벌 사업 지원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다음 달 중 모회사인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건설 미등기임원을 맡는 형태로 복귀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표이사나 등기임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화 회장, 한화솔루션 회장과 같은 형태로 각 회사에 적을 두고 좀 더 적극적으로 그룹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당히 오랜 기간 계열사의 자율경영이 진행돼 왔는데 어딘가에 등기임원을 맡는다고 하면 아무래도 이사회의 자율적인 운영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등기임원으로 적을 두고 가는 것은 자율경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그룹 내 입지를 확장하고 있는 세 아들에 대한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차남 김동원 전무는 한화생명에, 삼남 김동선 상무보는 한화에너지에 적을 두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승계 문제와는 상관없다"며 "승계가 급한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고 7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이번 경영복귀는 7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