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겪는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가중되고 있다.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어려워지면서 현금유출이 심화할 전망이다.
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 세계 항공업계의 현금 소진이 최대 950억 달러(약 106조4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예상치인 480억 달러에서 급증한 것이다.
IATA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여행 제한이 점진적으로 해제돼 올해 수요가 2019년의 38% 수준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 전 세계 항공사가 연간 750억 달러의 현금을 소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름 성수기에도 여행 제한이 유지될 것으로 가정한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수요가 2019년의 33%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항공사가 연간 950억 달러를 소진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항공사의 현금흐름이 올해 말부터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봤으나 2022년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각국 정부가 확산을 막기 위해 여행 제한을 강화한 탓이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말 시작한 영국발 항공편 운항 중단 조처를 3월 1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금지했으며 올해 2월부터는 기업인의 입국을 허용한 비즈니스 트랙도 중단했다.
IATA에 따르면 각국의 입국 금지 조치로 현재 여름 성수기(7~8월)에 대한 예약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2월보다 78% 낮은 수준이다.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IATA 사무총장은 “정부가 국경 제한을 강화함에 따라 2021년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든 해가 될 것”이라며 “정부로부터 더 많은 긴급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지난해 대한항공을 제외한 국내 항공사들은 모두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제주항공이 3360억 원의 손실을 보았으며 진에어 1847억 원, 에어부산 1970억 원, 티웨이항공 1743억 원, 아시아나항공 703억 원 등의 적자를 냈다.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비상장 항공사도 손실이 예상돼 지난해 국내 항공업계 적자 규모는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항공사들은 화물수송이나 국내선 확대, 관광비행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으나 수익의 핵심인 국제선이 회복되지 않는 한 적자를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관측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유상증자 등으로 버텼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항공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