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크래커]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하는 일부 의료진들, 왜?

입력 2021-02-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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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내일(26일) 시작되는 가운데, 접종 대상인 일부 의료인들이 백신 접종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인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국민들의 적극적인 접종 참여를 위해 불안감을 해소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첫 백신으로 허가받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24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북 안동공장에서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로 옮겨졌으며, 25일 오전 5시 30분부터 전국 각지로 배송된다. 본격적인 접종은 26일 오전 9시부터 전국적으로 일제히 시작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하루 뒤인 26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접종 대상인 일부 의료인들이 백신 접종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하루 뒤인 26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접종 대상인 일부 의료인들이 백신 접종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AZ 6.4%, 화이자 5.4% 접종 거부…11월 이후에야 맞을 수 있어

26일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요양병원과 시설 종사자, 그리고 입소자가 대상이다. 다음 날인 27일부터는 감염병 전담병원, 생활치료센터 등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을 통한 예방접종이 진행된다.

다만, 접종 대상 전원이 백신을 맞지는 않는다. 백신 접종 자체가 의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자 30만8930명 중 93.6%,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 5만829명 중 94.6%가 각각 접종에 동의했다. 이는 역으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접종 대상자 중 각각 6.4%, 5.4%가 접종을 거부한 셈이다.

한편, 접종 대상자가 본인 차례에 접종을 거부하면 11월 이후에야 다시 접종 기회를 얻게 된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20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대상자가 접종을 거부하면 후순위로 넘어가게 되고 (거부한 사람은) 전 국민의 접종이 끝나는 11월 이후에 접종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일부 의료진들은 백신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뉴시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일부 의료진들은 백신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뉴시스)

일부 의료진이 접종 거부하는 이유?…"백신 안전성 믿을 수 없어"

이번 접종 기회를 놓치면 11월 이후에야 백신을 맞을 수 있음에도 5%에 달하는 일부 의료진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유는 뭘까.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일부 의료진들은 백신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 의료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는 A 씨는 "우리 병원 직원분들은 대부분 맞는다는데 전 제 소신껏 안 맞는다고 했다"며 "거부자는 11월로 순위가 밀린다는데 상황을 지켜보고 맞더라도 그때 맞나 지금 맞나 별반 차이 없을 듯하다.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것도 익숙해졌고 그다지 불편한 건 없다"고 밝혔다.

자신을 요양병원 종사자라고 밝힌 B 씨는 "병원에서 유일하게 저 혼자 접종을 거부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될 시 구상권 청구하겠다는 각서 쓰라고 해서 쓰고 안 맞겠다고 했다"며 "저 같은 경우 오랜 시간 미주신경성실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주사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니 더더욱 맞을 수가 없다. 아무리 위험군이라지만 자신의 건강권도 선택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C 씨는 "안 맞는다는 게 아니라 후순위로 맞겠다는 건데 거부할 의사만 있을 뿐 거의 강제 수준인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는 일부 의료진들의 의무 접종 거부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료인 19명이 만든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의료인 연합'은 "백신 의무접종 법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1년도 안 된 기간에 개발돼 장기적인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을 국민에게 강제로 접종하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은 노령자와 기저 질환자에 대한 실험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을 정확히 설명하고 피접종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코로나19 전문가 D 씨는 "의료진들도 본인의 몸 상태에 맞는 것을 접종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다 보니까 겁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코로나19 전문가 D 씨는 "의료진들도 본인의 몸 상태에 맞는 것을 접종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다 보니까 겁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백신은 다 똑같다면서 왜 치료병원만 화이자?" 지적도

익명을 요구한 코로나19 전문가 D 씨는 "예방 접종을 거부하는 의료인 중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백신에 부작용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것 때문에 다른 백신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며 "의료진들도 본인의 몸 상태에 맞는 것을 접종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다 보니까 겁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D 씨는 "선별진료소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고 코로나19 치료병원에 있는 의료진들은 화이자를 맞는다. '백신은 다 똑같다'면서 화이자가 더 좋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아니냐"며 "통일된 하나의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코로나19에 노출이 많이 되는 의료인들은 가능하면 예방률이 좋은 걸 접종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당국에 따르면,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종사자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상급종합병원 등) △코로나19 1차 대응 요원(선별진료소 의료진 등)은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할 예정이며,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감염병 전담병원 등)는 화이자를 접종할 예정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2일 "현재는 접종 동의율이 상당히 높게 나왔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 접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2일 "현재는 접종 동의율이 상당히 높게 나왔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 접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3명 "백신 접종 연기·거절할 것"…백신 불안감 해소 필요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백신을 거부하겠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 5∼7일 성인남녀 10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3명은 백신 접종을 연기 또는 거절하겠다고 답했다. 설문 내용을 보면 '접종 시기나 순서를 다음으로 미루고 싶다'는 응답은 26.8%, '접종을 거절할 것'이라는 답변은 4.9%였다. 전체 응답자의 31.7%가 백신 접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D 씨는 "해외처럼 국가의 수반이나 보건복지부 장관들이 먼저 백신 접종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처럼 백신 접종을 하게 되면 접종을 증명하는 '그린 패스'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예방접종에 대한 국민 불안이 크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사회 저명인사나 보건의료계 대표가 (먼저) 접종할 수 있다. 보건의료인 단체에서도 언제든 그런 접종을 기꺼이 할 수 있다는 의사를 주고 있다"면서도 "현재는 접종 동의율이 상당히 높게 나왔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 접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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