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목숨 보좌관] 60여년 이어진 '묻지마 해고'…18~20대만 4077명

입력 2021-0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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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2-21 19: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여의도 1번지' 냉혹한 현실

면직 보좌진 매년 10% 이상 급증…21대 국회 한달 30명 떠나
야근ㆍ주말ㆍ휴일없이 휴대폰 손에 놓지 않고 일했지만 생계위협
"근로기준법 대상서 제외…합당하고 안정적인 인사시스템 필요"

A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4년간 무려 40여 명의 보좌진(보좌관·비서관·비서)을 교체한 것으로 유명하다. 해고된 보좌진들의 근무 기간은 고작 수개월에 불과했다. 20대 국회에서도 B 의원은 20여 명의 보좌진을 갈아치웠다. 비단 A, B 의원만의 얘기는 아니다. 사실상 어제오늘 얘기도 아니다.

해고된 보좌진의 사연도 기구하다. 사전 예고 없이 당일 통보를 받은 경우도 허다하며 상식 밖의 이유로 내쫓긴 이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이 같은 상황은 대한민국 국회가 탄생한 1대부터 서서히 꿈틀거리며 고질병, 불치병이 돼버렸다.

한 비서관은 C 의원실 근무가 결정된 다음 날 갑자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았다. C 의원 지역구 유지 아들 추천이 들어와 밀려난 것이다. D 의원의 경우 선거철이 다가오자 지역구 인원 확충을 위해 기존 비서관을 내보내고 선거 관련 정책 비서관을 채용했다. 이 같은 이른바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는 국회 내에서 비일비재하며, 이로 인해 갑자기 백수가 된 보좌진도 수두룩하다.

이외에도 의원 기준에 미흡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복장이라는 이유로, 또 임신한 여직원이 해고된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국회의원 선거 후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의원 말 한마디에 의원실 보좌진 전원이 교체된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보좌진이 ‘파리목숨’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며 해고 건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국회사무처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18대~20대 국회에서 각각 1143명, 1300명, 1634명의 보좌진이 면직됐다. 매 국회 10% 이상 급증한 셈이다. 특히 21대 국회는 한 달 만에 무려 30명이 국회를 떠났다.

물론 이 기간에 직권면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0.5%(4,077명 중 19명)에 불과하지만, 이는 해당 보좌진이 재임용 등에서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선택한 의원면직일 뿐이라는 게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해고 건수가 매년 늘어남에도 공론화, 문제 제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해고 과정이 너무 간소, 용이하다. 어떤 제동 장치도 없다는 의미다. 해고가 결정되면 해임안 양식을 뽑아 해당 의원 도장 찍고 사무처에 팩스로 보내면 끝이다. 물론, 이후 공무원 신분증 반납, 퇴직금 정산 등의 사후 과정은 있다. 더 큰 문제는 보좌진이 실질적인 면직권을 쥐고 있는 의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의원실 내에서 국회의원 말은 곧 법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게다가 의원들의 해고 행위는 법망을 벗어나 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현재 국회의원 보좌진 중 보좌관, 비서관은 국회의장이, 비서는 국회 사무총장이 임면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에게 임명요청서 또는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면 국회사무처가 보좌진을 행정적으로 임명, 면직을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입김이 직접 작용할 수 있으며, 의원의 의사에 따라 아무런 예고도 없이 면직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좌진의 고용 유지를 위한 그 어떤 보호장치도 없이 국회의원의 의사가 곧바로 반영되는 이유는 국회의원 보좌진은 국가공무원법상 ‘별정직공무원’으로 분류돼 있어서다. 반면 일반직공무원은 면직 사유가 엄격히 제한되고 그 외에도 수차례에 걸친 심사 절차 등 겹겹이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다.

국회에는 300개의 중소기업이 존재한다는 말이 통용된다. 2700명의 직원은 주어지는 그 어떤 일도 해낸다. 하지만 이들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용 불안정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법률적으로는 하루아침에 해고돼도 어쩔 수 없이 응해야만 하는, 생계를 위협받는 별정직공무원일 뿐이다.

한 보좌진의 하소연이자, 2700명 보좌진의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늘 야근, 주말 출근이 일상이며, 쉬는 날에도 핸드폰을 결코 손에서 놓지 못한다. 이렇게 목숨 바쳐 일해도 어느 날부터 누군가는 국회에서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안다. 의원 눈 밖에 나서 잘렸다는 것을.”

이 같은 문제를 공감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추경호 의원은 지난해 7월 직권면직의 경우 보좌진에게도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한 달 치 보수를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법안(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과거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정책토론회에서 “보좌진은 정치 현장 최일선에서 뛰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해고예고제도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모든 법안은 보좌진들의 손끝에서 시작되지만 정작 본인들의 법은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나경원, 오신환 후보도 당시 의원 시절 토론회에서 “보다 합당하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인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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