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원유 생산 일부 재개 됐지만...에너지 위기 장기화에 경제도 '출렁'

입력 2021-02-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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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2~3일 생산 차질 예상됐으나 정상 수준까지는 수주 소요될 듯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에너지업계에 대한 비판ㆍ자성 목소리도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펌프 잭(pump jack) 가동이 멈춰 있다. 미들랜드/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펌프 잭(pump jack) 가동이 멈춰 있다. 미들랜드/AP연합뉴스

미국에 몰아친 한파로 인한 정전 사태가 서서히 복구되면서 원유 생산도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한파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전피해를 집계하는 사이트인 파워아웃티지 미국의 정전피해를 집계하는 사이트(Power outage.us)에 따르면 이날 정오께 텍사스주에서 전기공급이 끊긴 주택과 사업장은 37만5000곳으로 줄었다. 하루 전만 해도 전력이 끊긴 주택과 사업장은 300만 곳이 넘었다.

대규모 정전사태는 복구가 시작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에너지 위기가 당분간 이어져 이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1100만 배럴에 달했던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이번 한파 여파에 40% 가까이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최대 원유 생산지역인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의 생산량은 한파 이전에 비해 65~80% 감소했다.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면서 물을 사용하는 수압파쇄를 통한 셰일오일 생산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정유 업계도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텍사스에서는 4곳의 정유 공장이 일시 중단을 선언했고, 캘리포니아와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이번 주에만 20개 정유시설이 조업을 중단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록적 한파 등 기상 재해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해당 국가는 물론 글로벌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있다.

▲18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시우다드 후아레즈의 한 LPG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긴 줄을 서 있다. 시우다드 후아레즈/EPA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시우다드 후아레즈의 한 LPG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긴 줄을 서 있다. 시우다드 후아레즈/EPA연합뉴스

대규모 정전 사태로 텍사스주 오스틴 인근에 접한 반도체 공장의 조업이 정지됐다. 이는 가뜩이나 글로벌 고객의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던 공급망에 있어 새로운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웃 나라인 멕시코 역시 텍사스 원유·정유 생산 중단 사태로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텍사스 내 전력 발전기가 충분한 에너지 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는 21일까지 주 밖으로 가스를 내보내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전력 생산의 60%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소비량의 70% 이상을 미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텍사스주는 미국 내 최대 원유 생산지인 동시에 최대 천연가스 생산지다. 한파가 있기 전 이 지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미국 본토 전체 생산량의 약 4분의 1인 230억 입방피트에 달했다. 텍사스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멕시코로 천연가스를 수출해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텍사스주의 결정으로 멕시코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에게 요청한 상태”라면서 “텍사스의 결정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른 연방 주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북부의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폭스바겐과 포드, 제너럴모터스(GM)와 기아차는 현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이 16일(현지시간) 최악의 한파 속에서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오스틴/A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이 16일(현지시간) 최악의 한파 속에서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오스틴/AP연합뉴스

미국 한파는 미국산 원유 가격뿐만 아니라 전체 원유 가격도 끌어 올리고 있다. 이에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1년래 최고치인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어선 상태고, 브렌트유 가격도 이날 배럴당 65달러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유종의 가격이 오르면서 아시아에서는 웃돈을 얹어 두바이유 등 중동지역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번 한파로 인한 미국 원유 생산에 차질이 2~3일 정도만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생산 차질이 수 주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씨티그룹은 오는 3월 초까지 원유 생산량이 16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전 전망의 2배에 달하는 감소 폭이다. 전문가들은 원유뿐만 아니라 정유 시설 역시 정상적으로 복구될 때까지는 몇 주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 에너지 부족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향후 에너지 업계가 이전과 달리 기상 변화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기후변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한파와 같은 문제가 자주 일어나고 심화하고 있는데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례적으로 업계 비판에 나섰다. 아샤드 만수르 EPRI 대표는 “에너지 업계는 기후변화가 화석연료와 에너지 생산에 미치는 영향과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기후 변화를 다뤄온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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