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시작된 11일 30대 직장인 박세호 씨(가명)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호텔 L7 강남에 도착했다. 거리두기로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자 조용히 호캉스를 보내기 위해서다. 그는 예약을 확인하기 위해 호텔 프론트의 대면 서비스 대신 입구의 비대면 키오스크로 향했다. 키오스크에서 예약 내역을 확인하고 결제를 마쳤다. 그날 밤 11시에 아들이 물을 쏟아 수건이 추가로 필요했다. 인터폰을 통해 수건을 주문했다. 5분 후 벨이 울리고 문을 열자 호텔 직원이 아닌 딜리버리 로봇이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호텔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로봇이 서 있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이틀간의 투숙 후 체크아웃도 키오스크를 이용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묵었던 어떤 호텔보다 호텔 서비스 직원들과 말을 적게 한 시간이었다.
호텔의 비대면 서비스가 빠르게 진화 중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며 비대면 입ㆍ퇴실이 가능한 셀프 체크인(체크아웃),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에 이어 로봇을 통한 호텔용품 배달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객실 제어 등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
L7 강남은 객실에서 요청한 호텔용품을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배달해주는 '딜리버리 로봇'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L7 강남은 2017년 12월 개관부터 셀프 체크인ㆍ아웃이 가능한 키오스크를 선보이며 비대면 서비스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에는 딜리버리 로봇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편의성을 강화했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딜리버리 로봇은 공간맵핑, 자율주행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L7 강남 전층부(호텔 9~27층)로 이동 가능하며 24시간 가동된다. 직원이 객실번호를 설정하고 고객이 요청한 물품을 딜리버리 로봇 안에 넣으면 로봇은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객실 앞에 도착한다. 객실 내 비치된 전화기를 통해 도착을 알리면 고객은 대면 접촉 없이 물품을 받을 수 있다.
이정은 L7 강남 총지배인은 "약 두 달간 딜리버리 로봇을 시범 운영하며 비대면 수요를 체감했다”며 “특히 심야나 새벽 시간 물품 요청에 적극 활용 중으로, 고객 만족도와 호텔 운영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말 새로 연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에 올 상반기 중에 인공지능 로봇인 '로봇 버틀러'를 도입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로봇 버틀러는 호텔 내 지정된 공간을 돌아다니며 롯데호텔의 딜리버리 로봇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올해 4월 강남서 오픈 예정인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에도 로봇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도 국내 기업과 손잡고 비대면 서비스 강화에 한창이다. 프랑스 아코르, 미국의 하얏트에 이어 최근 메리어트 계열 호텔이 KT와 손잡고 AI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는 지난달 190개 호텔형 전 객실에 KT AI 호텔을 도입했다. AI 호텔은 투숙객이 KT 기가지니의 인공지능 음성명령을 통해 객실 조명과 가전을 제어하고 음악 감상 등을 즐길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다.
호텔에 포함된 AI 호텔 로봇은 KT가 2019년 선보인 AI 로봇이다. 투숙객이 수건과 생수 등 편의용품을 요청하면 로봇이 직접 찾아 배달한다. KT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총 35개 호텔, 7200개 객실에서 AI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