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접종 보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무슨 문제 있나?

입력 2021-02-15 16:41 수정 2021-02-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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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예방효과 입증 어려워 추가 임상 자료 확보 후 결정…전문가들 "당장 방역효과엔 문제 없지만 백신 선택지 늘려야"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한다는 계획이 2분기로 미뤄졌다. 백신에 대한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추가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한 후 고령자 접종을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접종 계획 변경과 관련해 방역 효과엔 문제가 없지만, 추후 발생할 변수를 줄이기 위해 백신 선택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5일 요양병원ㆍ요양시설 등 고령층 집단 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ㆍ입소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시작하고, 만 65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는 3월말로 예상되는 백신 유효성에 대한 추가 임상정보를 확인한 후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 정부는 요양병원ㆍ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에게 약 77만 명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할 계획이었지만, 만 65세 이상 고령자 37만7000명에 대한 접종을 미루면서 26일 우선 시행될 접종 대상자는 65세 미만의 요양병원ㆍ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약 27만2000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영국 1/2상ㆍ2/3상, 브라질 3상, 남아프리카공화국 1/2상 등 총 4건)에 참여한 만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10% 미만으로, 고령자에 대한 백신의 예방효과를 충분히 입증하기 어려워 추가적인 임상시험 자료를 확보하는 대로 이를 검토한 뒤 고령자 접종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등에서 진행 중인 아스트라제네카의 3상 임상시험 중간 보고서를 4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이후 최종 보고서도 요청해 검토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3만 명을 대상으로 하고 이 가운데 고령자가 7500명가량이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효과를 분석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18세 이상의 성인 8895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7.4%(660명), 2만3745명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평가에서 고령자 비율은 8.9%(2109명)에 그쳤다. 10% 미만의 고령자가 참여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 발생률이 성인(18~64세)은 80.7%로 높았지만, 고령자에게는 64%로 나타났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유럽연합(EU)은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조건부 판매를 승인했지만,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고령자에 대한 예방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고령자 접종을 권하지 않고 있다. 독일, 프랑스에 이어 스웨덴, 벨기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미만에게만 접종하라고 권고했으며, 스위스 정부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승인을 거부했다. 결국 우리 정부도 유럽 국가들의 선례를 따르기로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 연기가 방역 효과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식약처에서 조건부 허가할 때 의사가 고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신중히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의료진이 고령자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만약 고령자에게 우선 접종을 했는데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니까 3~4월 추가 임상시험 자료가 나오면 이를 기반으로 접종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접종 계획을 미룬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있는 사람들을 우선 접종하겠다는 건 유행을 종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증과 사망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 만큼 요양병원 의료진과 간병인, 종사자가 우선 백신을 접종한다는 것만으로 감염 예방은 기대할 수 있어서 고령자 접종이 미뤄지는 것을 우려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접종 계획의 변수를 막기 위해선 최대한 빠르게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런 변수들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미리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면역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백신을 먼저 접종하려고 하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가 1:1 개별 계약을 맺은 코로나19 백신은 1000만 명분 중 75만 명분(150만 도스)이 25일부터 차례로 공급된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서도 상반기 안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30만 명분(259만 6800도스)를 들여올 계획이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은 11만 7000도스로 물량은 확정됐다. 행정 절차가 남아있어 도입 일정이 지연되고 있지만, 2월 말~3월 초에 공급하도록 일정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물량으로는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4000만 도스)에 대한 공급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백신의 경우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약 진행 계획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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