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통신’ 기조를 강화하는 통신사들이 ‘5G 투자 확대’ 과제를 안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통신 3사가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전년 대비 유지 혹은 줄일 것이라고 밝혀 5G 투자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KT를 끝으로 SK텔레콤(S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지난해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각사 실적 자료에 따르면 3사 모두 2019년 대비 지난해 CAPEX 규모는 감소했다.
SKT는 2조 2053억 원, KT는 2조8700억 원, LG유플러스는 2조3805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3%, 11.9%, 8.7% 줄어든 규모다.
통신 업계는 이 같은 CAPEX 감소를 기저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2019년이 5G 상용화 첫해였던 만큼 CAPEX 규모가 컸고 이듬해인 2020년에는 2019년 수준만큼 CAPEX를 유지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올해다.
통신사들은 이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CAPEX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줄이겠다고 밝혔다.
3사 모두 ‘집행의 효율화’를 강조했다.
윤풍영 S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APEX는 전년도 수준 내에서 효율적으로 집행할 예정”이라고 했고, 이혁주 LG유플러스 CFO는 “올해 CAPEX는 전년 대비 낮은 수준으로 집행될 것”이라며 “농어촌 지역에서 통신사 간 5G 망 공동이용(로밍)을 추진해 각 사별로 1조 가량 설비투자(CAPEX)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했다.
즉 올해부터 2023년까지 3사 공동 로밍으로 5G 기지국을 구축하면 각사별 누적 1조 원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KT는 CAPEX 전체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인공지능(AI)/디지털혁신(DX)·미디어 부분의 CAPEX를 늘리겠다고 했다.
김영진 KT CFO는 “상대적으로 AI/DX, 미디어 등 성장 분야 부분은 작년에 비해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말로 5G 설비 투자 부문 감소가 필연적이라는 뜻이다.
KT 관계자는 김 CFO의 발언에 관해 “집행의 효율화를 강조한 것”이라며 “3사가 5G 기지국을 공동 구축해 절감한 비용을 플랫폼 사업 등 신성장 부분에 더 투자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3사가 공히 5G 설비투자에서 ‘효율’을 언급한 데에는 통신사들이 성장의 무게를 통신이 두고 있지 않은 탓이다. SKT와 KT 모두 지난해부터 탈통신을 기치로 내걸며 성장의 무게 추를 인공지능(AI), 미디어 등으로 옮겼다.
탈통신에 공을 들인 성과는 실적에서도 두드러졌다. SKT 경우 지난해 미디어, 커머스 등 뉴 ICT 사업의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이익의 24% 달했다. 2019년 비중은 14%에 불과했다.
KT는 지난해 AI·DX사업 매출액이 전년 대비 11.8% 증가해 KT 전체 사업 영역 중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IPTV 매출액이 10.9% 증가했고,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매출액은 16.1% 늘었다.
통신사들로서는 탈통신과 5G 투자 확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전날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 3사 간 간담회에서 정부와 통신사들은 올해 5G 투자 활성화를 약속했다. 5G 상용화 3년 차인 만큼 85개 시 주요 행정동, 교통망 (지하철ㆍKTXㆍSRT 등), 4000여 개 다중시설 등에 5G를 집중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본격적으로 28㎓ 대역 5G망을 확충하고 단독모드(SA) 전환도 병행키로 했다.
통신사들의 이 같은 공언이 ‘CAPEX 유지 혹은 감소 계획’과 상충한다는 지적에 업계 관계자는 “탈통신을 하더라도 본업인 통신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올해까지 28㎓ 대역 기지국 1만5000대를 의무 구축해야 한다는 점과 과기정통부 주관 품질 평가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28㎓ 대역 5G 망이나 SA 등과 관련해 정확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해야 할 시기가 오면 당연히 효율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