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측 “독극물 중독 치료로 지킬 수 없었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판에서 “국민 전체를 가둘 수 없어 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노놉스키 구역 법원은 이날 나발니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 취소 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나발니는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러시아 연방 형집행국은 나발니가 2014년 사기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집행유예 의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집행유예 판결 취소와 실형 전환 소송을 제기했다. 나발니는 당시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로셰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100만 루블(약 4억5384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이에 대해 “임의적이고 명백히 불합리하다”며 “나발니를 침묵시키려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나발니의 집행유예 시한은 2019년 12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2017년 법원 판결로 지난해 말까지 한차례 연장됐다. 형집행국은 나발니가 지난해 9월 24일부터 체류지를 당국에 통보하지 않았다며 수배자 명단에 올렸다.
형집행국은 이날 공판에서 “나발니가 지난해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최소 6차례나 감독 기관에 출두하지 않았다”며 “그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실형으로 바뀔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은 “지난해 8월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으로 인한 치료 과정이 길어졌고, 퇴원 후에도 통원 재활치료를 계속해 의무 사항을 지킬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나발니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미 가택연금 상태로 약 9개월을 보냈기 때문에 교도소 복역 기간은 2년 6개월이 된다. 나발니는 구치소에 갇혀 10일 이내에 연방 교도소로 보내진다.
나발니는 선고 전 “중요한 것은 나를 가둘 것인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을 겁주려는 것이다”며 “수십만 명을 가둬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국민 전체를 가둘 수 없어 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라며 “나의 즉각적인 석방과 다른 체포자들의 석방을 요구한다. 이 재판은 거짓이고 합법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재판에는 미국과 영국, 폴란드 등 외국 대사관 직원 20명가량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 간섭을 넘어 판사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실형 선고 직후 즉각 우려 성명을 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은 나발니에 대한 러시아 법원의 실형 선고를 깊이 우려한다"며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재차 요구한다"고 말했다.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는 이날 모스크바 중심부에 모여 법원으로 행진했다. 방탄복을 입은 진압 경찰 수백 명은 인간 띠를 형성해 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했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 ‘OVD-인포’는 최소 346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