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발생한 뒤 1년간 피해를 본 기업이 10곳 중 8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기업의 40%가 비상 경영을 시행하는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업체 302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 사태 1년, 산업계 영향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 사태가 미친 영향에 대해 응답 기업의 75.8%는 ‘손해를 입었다’라고 답했다.
‘생존까지 위협받았다’라고 응답한 기업도 8.3%에 달했다. 반면 사업에 ‘다소 도움이 됐다’라는 응답 기업은 14.6%, ‘좋은 기회였다’라는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특히 생존위협이나 피해를 본 기업 10곳 중 4곳은 매출급감과 미래 불확실 대비 위축 등의 이유로 비상경영을 시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경영 조치로는 ‘임금감축 등 경비절감’(71.9%), ‘휴직·휴업’(50.0%)이 많았다. 이어 △인력축소(42.1%) △투자보류(14.9%) △자금확보(13.2%) △자산매각(8.8%) △사업장감축(7.0%)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한국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역성장 폭이 가장 적을 정도로 선방했지만, 이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부양조치가 작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백신 접종에 따른 사업활동 정상화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 3분기와 4분기를 주로 전망했다.
경기회복과 야외활동의 수혜가 큰 정유업종은 올해 2분기 말부터, 집콕과 주택공급 확대로 도약의 호기를 맞는 가전과 건설업은 3분기 이후로 빠른 회복을 기대했다. 반면, 피해가 극심한 항공·여행업과 사업서비스 산업은 4분기, 공연문화 업계는 내년 이후 정상화를 예상했다.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로 촉진된 디지털화, 무인화 등의 변화는 코로나 종식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경영환경에 대해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가속화·확산하거나 코로나 때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72.8%에 달했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회귀’ 전망은 27.2%에 그쳤다.
이전 방식으로 회귀하기 어려운 분야로는 △영업·마케팅활동(46.1%)과 △근무형태(25.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아울러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의 변화 트렌드를 ‘기회 요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디지털·바이오 등 ‘신산업 부상’에 대해 기대가 높았고 △친환경 트렌드 확대 △글로벌공급망(GVC) 재편 △비대면 온라인화에 대해서도 위기보다 기회로 인식했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변화 트렌드와 신산업의 출현은 우리가 가진 IT 인프라와 제조업 기반의 강점을 드러냈고 동시에 IT 인프라와 제조업 기반을 활용한 서비스산업 고도화라는 중요한 도전과제가 있음을 확신시켜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한국경제의 현재 비교우위와 미래 발전방향 관점에서 유망산업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는 규제 완화 영역을 식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코로나 충격에 취약·피해업종에 대한 지원은 임시방편이 아닌 보다 근본적 해법 제시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거나 계획을 마련 중인 곳은 59.6%에 달했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71.8%가 대응을 추진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52.6%만이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신사업 강화’(26.7%)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변화 모니터링 확대(25.0%)△사업의 디지털전환(19.4%) △친환경경영 강화(13.9%) △공급망 다변화(12.8%)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올해 기업경영 성과를 좌우할 중요 변수로는 △코로나 백신 보급과 면역형성(36.4%)과 △금리ㆍ환율 변동’(22.2%)을 꼽았다.
기업들은 정부의 코로나 사태 대응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57.7%가 ‘적절했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자금과 세제 지원’(64.2%)을 가장 많이 원했다. 또, 코로나 이후 대응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자금ㆍ세제 지원정책 지속’(49.7%)을 꼽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지난해는 갑작스러운 코로나 불황 속에 생존을 고민했던 시기라면 올해는 위기극복 정책을 지속하면서 미래를 위한 성장기반도 확충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코로나가 촉발한 비대면·온라인 추세를 전통산업에 접목하고 친환경 확산과 GVC재편 등의 시대적 조류에 따른 산업재편·신산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 조치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