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과 공동 설립 ‘일대일로 녹색 발전 연합’ 대표 사례
중국, ‘국가 경쟁력 좌우’ 녹색 기술 패자로 부상
트럼프가 2017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한 이후 기후변화 문제는 중국이 자국의 리더십을 과시하고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무대를 제공했다. 이런 국면에서 중국은 고대 병법서인 ‘삼십육계’에 나오는 ‘반객위주(反客爲主·손님과 주인의 입장이 뒤바뀐다)’ 전략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인)은 분석했다.
반객위주는 쉽게 말하면 ‘주객전도(主客顚倒)’다. 먼저 경의를 얻고 신뢰를 확보한 뒤 중요한 역할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주인을 내쫓고 내부에서 성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한 틈을 타서 중국은 유엔 등 국제기구를 무대로 이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현대판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도 이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례로 중국과 유엔은 지난해 공동으로 ‘일대일로 녹색 발전 연합’을 설립했다. 환경 관련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유엔환경계획을 비롯한 20여 개 유엔 기관 이외 일대일로 회원국 환경장관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 조직의 표면적 목적은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 추진이다. 중국은 ‘패권 확대 수단’으로 경계심을 자아내는 일대일로에 대해 유엔의 보증 문서를 얻었으며 동시에 유엔 조직과 일대일로를 통합하는 형태를 구축했다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이 녹색개발을 선도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바로 주객전도와 같은 움직임이다.
기후변화 대책이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이유는 녹색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에 의한 발전, 배터리, 전기자동차 이외에도 생산설비 효율화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 이르기까지 녹색 기술은 기업과 경제, 무역 장래를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다.
발전설비 용량으로 본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은 태양광에서 약 36%, 풍력에서 33%를 각각 차지하며 정부 지원을 지렛대로 삼아 불과 10년 만에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지위를 구축했다.
전기자동차 판매 점유율에서도 중국은 세계시장의 60%를 차지한다. 산업 진흥책인 ‘중국 제조 2025’에 따라 전기차 산업 육성에 600억 달러(약 66조 원)라는 거액을 투자한 성과다.
국가 주도로 경쟁력을 가진 산업을 키워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중국의 전략은 이미 IT 기기 등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는데 환경 관련 시장에서도 같은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중국 칭화대학은 “시진핑 주석이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중국의 환경 기술 분야에 15조 달러 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스콧 무어 정치학 교수는 “중국이 환경에 대한 투자 일부를 핵융합 에너지 등 첨단 연구에 투입하면 금세기 말 세계를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에너지 분야의 지식재산권을 미국이 아닌 중국 기업이 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석유 등 수입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며 “중국은 녹색 기술을 주도해 에너지 안보 취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