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첨단기술 분야의 M&A 규모는 지난해 6750억 달러(약 737조 원)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총 M&A 규모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3조58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첨단기술 분야의 M&A 역대 최대 규모는 2015년의 5670억 달러였지만, 이번에 신기록을 세우게 됐다.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AI와 반도체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면서 활발하게 합종연횡이 이뤄진 영향이다.
지난해 성사된 M&A 중 20%는 첨단기술 기업들 사이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이는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첨단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가 70% 이상 늘었다. 지난해 이뤄진 대표적인 메가딜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를 인수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인수 대금으로 400억 달러를 제시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 AMD는 라이벌 자일링스를 350억 달러에 인수하며 빅딜을 성사시켰다.
닛케이는 “코로나19로 거리 두기와 재택근무가 확대돼 세계적으로 디지털화가 빨라지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건 투자자들의 자금도 기술주에 유입돼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주 중심의 뉴욕증시 나스닥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수차례 갈아치우며 기술주 강세를 입증했다.
데이터를 둘러싼 패권 다툼도 치열해 앞으로도 M&A는 활발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미국 금융정보서비스 업체 S&P글로벌의 IHS마킷 인수 소식은 금융 데이터를 둘러싼 대규모 시장 개편을 예고했다. 닛케이는 “기술주 강세 흐름이 새로운 M&A의 방아쇠가 돼 올해에도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해 전체 M&A 중 첨단기술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업종은 금융이었다. 유로존에서는 이탈리아의 인테사상파울루가 UBI은행을 인수했고, 미국에서는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이 스페인은행((BBVA) 미국 부문을 인수하는 등 곳곳에서 대형 딜이 성사됐다. 첨단기술과 금융 다음으로는 에너지와 제조업, 헬스케어, 부동산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