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혼다자동차는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이달 일본에서 4000대를 감산키로 했으며, 중국에서도 월 생산량의 20% 수준인 3만 대 이상의 감산 방침을 거래처에 통보했다. 닛산자동차 역시 지난해 12월 소형차 ‘노트’의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으며, 도요타자동차도 미국 텍사스주 공장에서 픽업트럭 ‘툰드라’ 생산을 줄일 방침이다. 닛산은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 2월 이후에도 감산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있으며, 도요타는 다른 차종에 대해서도 감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은 일본 자동차 업체들만이 아니다. 북미에서는 포드자동차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미국 켄터키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장에서 예정하고 있던 다운타임(작업 중단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으며, 독일 폭스바겐과 다임러 역시 업계 전체에 파급되는 반도체 공급의 병목 현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2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라 중국과 북미, 유럽 공장에서 생산 조정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도 고급 세단인 ‘크라이슬러 300’ 등을 생산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생산 거점의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멕시코 지프공장의 재가동 시기를 1월 말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FCA는 “북미 지역의 다른 생산 시설 가동을 유지하기 위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판매가 급감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정용 PC 및 스마트폰 전용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른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파워 스티어링과 같은 전통적인 다른 부품에 이르기까지 차량에서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인 반도체가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감산 체제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4~5월까지 반도체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 당분간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실적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