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비대면으로 열린 2021년 신축년(辛丑年)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정·관·재계 인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한국 경제의 역동성 회복'을 최대 과제로 꼽았다. 이들은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7일 온라인 생중계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 4명이 현장에 참석했으며, 정·관계, 재계, 노동계, 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주요 인사 600명은 화상 연결을 통해 자리했다.
박용만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제 틀을 신축에 가깝게 재편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새해 경제회복 기대감 있지만 지나친 낙관은 늘 경계해야 한다”며 “5~10년 앞을 내다보고 새해 들어 어떤 선택을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향후 과제로 중장기적 전략 마련, 역동성 회복 총력, 청년 기회 확대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 급격한 심화와 회복이 어떤 임팩트를 가져올지 중장기적으로 그려보고 대처해야 한다”며 “누적된 민간 부채나 자산시장 불균형은 주요국 모두가 당면한 문제다. 향후 절절한 검토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박 회장은 한국 경제의 역동성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최근 더욱 빨라진 글로벌 산업 변화 속에서 우리만 감당 못 할 수준까지 뒤처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라고 우려하며 “국회에서도 여러 사정은 있겠지만, 산업 신진대사를 높일 수 있는 법안 처리에 올 한해 전향적인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박 회장은 “젊은이의 기회를 늘리자”며 “혁신이 쌓여 미래를 여는 만큼 청년이 마음껏 일을 벌일 수 있는 경쟁의 터전 마련하는 데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가 인사말에 나섰다. 정 총리는 ‘절전지훈’(折箭之訓·협력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의 자세로 코로나19의 위기를 넘자고 격려했다.
정 총리는 “올해 명확한 비전과 과감한 선제 전략으로 위기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도약의 궤도에 올라야 한다”며 “삶의 현장에서 민생이 살아나는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가느다란 화살도 여러 개 모이면 꺾기 힘들듯 위기의 파고를 넘는 강력한 무기는 연대와 협력”이라며 “그 힘을 원동력 삼아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나가자”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 총리는 ‘빠르고 강한 경제,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 반등 △기업 규제 혁파 △혁신을 통한 선도형 경제 전환 △더불어 잘사는 포용경제 구축 등 네 가지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리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경제 반등을 이루겠다”라며 “창의와 혁신, 도전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또, 그는“혁신을 통해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 이루겠다”며 “민생경제의 V자 반등, 더불어 잘 사는 포용경제로 거듭나겠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말 이후 화상 참석자들의 덕담도 이어졌다.
이학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신축년 새해를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전환점으로 만들어나가자”라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비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올해 경기회복과 반등, 도약을 위해 기업이 디딤돌이라면 정부가 버팀목 되겠다. 기업이 버팀목이라면 정부가 디딤돌을 제공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새해에도 녹록지 않은 경제환경은 계속될 것”이라며 “경제계와 노동계, 민간과 정부가 함께 노력하면 위기 극복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계에선 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이 대표로 덕담을 건넸다.
허 회장은 “올 한해는 기업들이 코로나 종식 이후 변화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새롭게 도약할지, 도태될지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올해만큼은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중지를 모아 생사의 기로에 있는 기업들이 본업에만 전념하도록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달라”고 부탁했다.
이 사장은 “새해는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고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는 밝은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정부와 기업이 지혜와 힘을 모은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며 “삼성은 중소기업과 벤처업계, 학계와 협력해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키워가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노동계 대표로 나선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2021년을 위해서는 노사정 신뢰, 공동 실천이 더욱 절실하다”며 “올해는 대기업과의 상생의 장을 마련해 협력을 통한 사회적 신뢰를 쌓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사자성어 ‘운외창천(雲外蒼天)’을 언급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구름은 곧 걷힌다. 신축년 한해 실물경제가 푸른 하늘 속에서 비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덕담이 끝난 뒤 박 회장이 직접 내레이션을 맡은 대한상의 영상 연하장도 방영됐다. ‘우리의 이름은 대한민국 상공인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박 회장은 “땀에 찬 구두를 벗을 새도 없이 다시 더 뛰고, 또 뛰어야 할 새해가 돼야 한다”면서 “왜 아직 미숙하냐는 회초리가 쏟아지고 어렵다는 호소도 이젠 더는 의미가 없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의 땀이 내일의 풍요를 연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하며 기업을 향한 정부, 사회의 응원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신년 인사회는 모든 참석자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외치며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경제계에선 이인용 사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공영운 사장, SK 장동현 대표이사, LG 이방수 사장, 롯데지주 이동우 대표이사, LS엠트론 구자은 회장,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삼양홀딩스 김윤 회장 등 주요기업 대표와 전국 41개 상공회의소 회장단이, 정계에선 이학영 국회 산자위원장 등이 화상 연결을 통해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사회 각계와 주한 외교사절 대표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제임스 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한불상의회장, 양효군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서울사무소 대표 등도 온라인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대면 신년인사회라면 참석하기 어려운 해외 상공인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 북경에서는 중국삼성, 북경현대차, LG화학, 두산중국, CJ 차이나 등 주요 진출기업과 한국상회 관계자가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SK, 한화에너지, 현대건설 등 현지 진출 한국기업 대표들이 삼성전자 베트남 복합단지에 함께 모여 화상으로 참석하는 등 해외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재외 상공인들도 올해 힘찬 도약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