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조지아주 상원 결선 투표를 위한 지원 유세에서 엉뚱한 인물에게 정치적 메시지 날렸다. 결선 투표 후보인 켈리 뢰플러와 데이비드 퍼듀 공화당 후보가 아닌 펜스 부통령을 입에 올리면서 “ 위대한 우리의 부통령이 우리를 위해 해내길 바란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가 해내지 못한다면 나는 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미심장한 메시지는 다음 날에도 계속됐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부통령은 부정하게 선택된 선거인단을 거부할 권한이 있다”면서 자신에게 충실한 펜스 부통령이 의례적 역할 이상의 행동을 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로 떠나기 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펜스 부통령을 만난 것과 관련해 이 자리에서 ‘대면 압박’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압박에 나선 배경에는 펜스 부통령이 당선인을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상원의장으로서 주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미국 연방의회는 6일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당선인 인증 절차를 진행, 선거 결과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부통령은 각 주에서 제출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크게 읽고, 당선인의 최종 승리를 선언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11월 3일 개최된 대선 결과가 그대로 인증되면 조 바이든 당선인은 20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그리고 펜스 부통령에게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확인하는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뒤집는 ‘총대’를 멜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이러한 태도에 펜스 부통령은 최대 난관에 빠졌다. 그동안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행보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도, 그렇다고 해서 적극 동참하지도 않는, 애매한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요구에 양자택일의 순간에 서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한 채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한다면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 세력이 등을 돌릴 수 있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펜스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행보에 발을 맞춰주자니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펜스 부통령이 어렵고도 부정적인 결과만 낳는 ‘루즈-루즈(lose-lose)’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펜스 부통령은 상관인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전통적인 상원의장 역할에 충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펜스 부통령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6일 양원 합동 본회의에서 봉투를 열어 이미 인정된 선거 결과를 읽고, 상원의장으로서 의례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