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이 27만대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부터 이어진 반일 열풍에 따라 일본차 판매량은 반 토막 났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판매된 수입차는 27만4859대로 집계됐다. 2019년(24만4780대)보다 12.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국산차 5사의 내수 판매량이 전년보다 4%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수입차 시장이 눈에 띄는 성장을 거둔 셈이다.
1987년 KAIDA 집계가 시작된 뒤 수입차 연간 판매량이 27만대 선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입차 연 판매량은 1996년 처음으로 1만 대를 넘어선 데 이어, 2011년에는 10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수입차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며 새 기록을 써왔다. 2015년에는 연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었고, 2018년에는 종전 최대치인 26만705대가 팔렸다.
수입차 시장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일본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일본차 5사(토요타ㆍ렉서스ㆍ혼다ㆍ닛산ㆍ인피니티)는 지난해 2만564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43.9% 감소한 수치다. 판매량 감소에 따라 기존에 15%에 달하던 일본차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7.5%까지 급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2019년 7월부터 본격화한 불매운동의 여파가 지난해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차 5사는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6월에 4000대 가까운 차를 팔았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이후 반 토막 난 월 판매 실적을 이어갔다. 할인 혜택이 집중되는 연말 등에 일시적으로 월 판매량이 3000대 선을 넘기도 했지만, 지난해 내내 1500대 전후 수준을 유지했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렉서스는 전년보다 27% 감소한 891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고, △토요타 6154대(-42%) △혼다 3056대(-65%) 등도 고전했다. 닛산과 인피니티는 불매운동 여파로 지난해 말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브랜드는 일본차의 빈자리를 채우며 선전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7만6879대를 판매하며 브랜드별 등록 대수 1위에 올랐다. 2위는 BMW로 집계됐다. BMW는 전년보다 32% 늘어난 5만8393대를 판매했다.
이어 3위 아우디 2만5513대(113%), 4위 폭스바겐 1만7615대(107%), 5위 볼보 1만2798대(21%), 6위 쉐보레 1만2455대(280%), 7위 미니 1만1245대(10%) 등도 전년보다 더 많은 차를 판매핬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차는 1만321대가 팔린 메르세데스-벤츠 E 250으로 집계됐다. 이어 폭스바겐 티구안(8631대), 메르세데스-벤츠 E300 4MATIC(7835대)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12월 판매량은 역대 월 최대치인 3만72대로 나타났다. 수입차 월 판매량이 3만 대를 넘은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수입차 시장의 흥행은 업계의 다양한 신차효과와 할인 마케팅,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수입차 시장이 성장을 거듭해 연간 판매량 30만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 중에서도 그랜저 등 고급 차종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라며 "소비 패턴이 변화한 만큼, 수입차 시장의 흥행도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