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식 총수를 늘리는 정관변경안이 통과되면서 인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날 대한항공은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2억5000만 주에서 7억 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 개정 안건을 상정해 이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임시주총에는 대한항공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총수 1억7532만466주의 55.73%인 9772만2790주가 출석했다. 이중 찬성 69.98%로 정관 일부 개정 안건이 가결됐다.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사안으로 주주총회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대한항공 지분은 한진칼과 특수관계인이 31.13%를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이 8.11%다. 그 외 스위스크레딧 3.75%, 우리사주 6.39% 등이다.
전날 국민연금이 반대를 표명했으나 대한항공 지분 구조의 50%를 차지하는 기타 개인 및 기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관변경안이 통과되면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속도를 내게 됐다.
대한항공은 “3월 중순 예정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기업결합신고 완료 시점에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60% 이상을 순조롭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실사 진행 중…3월까지 PMI 마무리
3월 대한항공은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유상증자로 1억7360만 주의 신주가 발행되면 기존 발행된 보통주 1억7420만 주에 더해 대한항공 주식 총수는 3억5000만 주로 늘어난다.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해당 유상증자에 약 7300억 원을 투입한다. 앞서 한진칼은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500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000억 원) 및 영구채(3000억 원) 등에 총 1조8000억 원을 투입하게 된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전반적인 경영 상황에 대한 실사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서면 실사를 진행 중이며 현장 실사도 조만간 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3월 중순까지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PMI(인수 후 통합) 수립을 차질없이 마무리한다는 계획하에, 기획ㆍ재무ㆍ여객ㆍ화물 등 분야별 워킹그룹으로 이뤄진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달 중순까지 국내외 경쟁 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 전담 법무법인을 선정하고, 대한항공 내에서도 팀을 갖춰 준비하고 있다.
인수 절차는 상반기 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 적절한 시점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곳도 단계적으로 통합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그동안 두 차례의 큰 반대를 겪었다. 전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 체결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결권 행사를 표명했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는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반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된 바 있다.
다만 전날 수탁위 회의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대한항공의 수익증대, 비용 효율성 등 시너지 효과, 국내 항공서비스의 독점적 지위 확보를 통한 국제적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4일 신년사에서 “양사의 통합은 두 회사가 단순히 하나로 합쳐진다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 하늘을 책임지고 있는 양사 임직원들에게 주어진 운명, 시대적 사명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