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급격한 성장을 이룬 가운데 기술 기업들의 선전도 눈부시다.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늘려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지원 사격을 통해 급성장한 기술 기업에 대해 미국 제재 등 외부 압박이 커지면서 중국 기술 기업들의 미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에 중국식 국가자본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도 분명히 나아진 점이 있다. 그동안 선진국들과의 관계 약화를 우려한 중국이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관행을 고치는 데 성과가 있었다.
특히 지식재산권(IP) 분야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미국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상당수가 중국의 IP 보호가 나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2014년 중국은 IP 전문 법원을 설립했다. 2019년 48만1000건이 넘는 IP 소송이 이뤄졌는데 이는 2018년보다 약 50% 증가한 규모다.
중국 파산법원도 부실 회사 처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만성 좀비 기업을 솎아내고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는 등 시장 환경 개선 움직임이 뚜렷하다.
미국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 기업 파산이 처리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1.6년으로 미국보다 60% 정도 길다. 그러나 특별 법원이 처리한 사건은 일반 법원보다 약 35% 더 빠르게 진행됐다. 파산 건수도 2015년 5000건 미만에서 2018년 1만9000건으로 급증했다 .
이 같은 변화에도 국가자본주의에서 비롯된 중국 국유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유기업의 무더기 디폴트(채무불이행)에도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국영기업이 경영을 잘못해 파산해도 정부가 빚을 대신 갚아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지 않은 것이다. 또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민간기업이 파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유기업의 이 같은 한계는 중국의 기술 대국 야망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 기술기업은 해외 시장 진입과 자본 유치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부분 국유기업인 중국의 유망 반도체 기업들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꼽혀온 칭화유니그룹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면서 디폴트를 선언한 상태다. SMIC도 미국 정부의 수출 블랙리스트에 추가됐다.
미국 제재에 맞서 중국은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반도체 생산 능력 구축에 나섰다. 또 자국 기술기업들 지원사격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외부와의 관계 악화와 세계 기술 패권 야망이라는 상반된 현실 앞에 중국식 국가자본주의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