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생 김유진’이 사는 법] 월급만으로 집 장만 못해… 한 주 두 주 ‘디딤돌’ 놓지요

입력 2021-01-01 05:00 수정 2021-01-0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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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부터 취준생까지 ‘재테크 신드롬’

전자 회사에 다니는 최성수(27·가명) 씨는 생활비와 대출금을 뺀 월급 대부분을 주식에 몰아넣고 있다. 그는 지난해 봄 주식을 시작해 1000만 원을 증권 계좌에 넣었다. 1년 차 직장인이 성수 씨 자산의 90%다.

취업 준비생 배영하(28·가명) 씨도 아쉬운 돈을 쪼개 주식을 시작했다. 그는 전 직장을 그만두며 받은 돈과 친척 일을 도와주며 받는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한 주, 두 주 쌓고 있다.

◇월급으론 집 장만 꿈도 못 꿔 = 요즘 90년대생은 자산 불리기에 한참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2019년 20대는 이 회사에서 증권 계좌 10만7830개를 개설했지만 지난해엔 12월 초까지만 20대 계좌 46만6420개가 새로 생겼다. 종잣돈이 두둑한 이들은 일찌감치 부동산 투자도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20대 이하가 사들인 주택은 4만6438채. 전년 같은 기간(2만5982채)보다 1.8배 늘었다.

이투데이가 만난 90년대생 투자자들은 두 투자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성수 씨는 “집이 있어야 기본적인 경제생활이 안정될 텐데 지금처럼 집값이 오르면 영원히 못 살 판”이라며 “주식으로 집을 사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영하 씨도 “나처럼 고양이를 키우면 전셋집 구하기도 어렵다”며 “조금씩이라도 집을 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2030세대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1%가 재무적 목표로 ‘주택 구매를 위한 재원 마련’을 꼽았다.

최근 뛰는 집값을 보면 이들이 주식을 디딤돌 삼아서라도 집을 사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2016년만 해도 약 12년이었지만 지난해 16년으로 늘었다. 20대가 전엔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12년을 모아야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었다면 이젠 그 기간이 4년 더 늘었다는 뜻이다. 소득보다 집값이 더 빨리 올라서다.

◇속상한 무주택자 “부 티켓 만들자” = 마음이 급하니 ‘영끌(영혼까지 끌어낸다)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같은 무리수가 따른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30세 미만 투자자의 주식 투자 신용 융자 잔고는 2019년 말 1600억 원에서 지난해 9월 4200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건산연 연구에서도 모든 연령대 중 20대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 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매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경제가 회복되면서 금리가 오르면 기타 대출 위주로 부실화가 일어날 수 있어 세심한 금융안정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0년대생 안에서도 자산 격차가 생기면서 위화감도 커진다.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무주택자 최민기(28·가명) 씨는 “안 그래도 집을 못 사 고민이 많은데 나이가 비슷한 누가 집을 사서 얼마를 벌었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며 “부동산 에티켓 같은 걸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유주택자인 홍보업체 직원 최준혁(28·가명) 씨는 “요새 집값이 몇 천만 원 올라 기분이 좋았는데 학교 선배가 10억 원 가까이 벌었다는 얘길 듣고 빈정 상했다”고 털어놨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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