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약 석 달 전 영국 잉글랜드에서 처음 보고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유럽은 넘어서 북미와 중동, 아시아까지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으로 급속하게 확산됐다. 유럽에서만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위스 등지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으며, 지중해 연안의 중동국가 레바논,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에도 변이 바이러스가 상륙했다. 감염력이 기존 바이러스 대비 1.7배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를 입증하듯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지구촌을 다시 한번 패닉으로 몰아가고 있다.
영국은 변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위해 갖은 대응책을 다 꺼내 들고 나섰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잉글랜드와 남동부 등에 이동제한을 포함한 엄격한 통제를 시작한 데 이어 이달 26일에는 식스, 옥스퍼드셔, 노퍽, 서퍽 등 잉글랜드 동부, 동남부 등지에 사실상의 봉쇄령인 4단계 대응조치를 추가로 부과했다. 4단계 대응조치가 내려진 곳의 시민들은 등교와 보육, 재택이 불가능한 경우의 출퇴근 등 필수적인 목적을 제외하고는 자택에 머물러야 하며, 비필수 업종의 가게는 영업이 전면 금지된다. 공공장소에서도 다른 가구 구성원 1명만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한층 더 가속화하기로 했다. 영국은 8일 세계 최초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 접종에 돌입, 이후 일주일 만에 13만7000여 명의 접종을 완료하는 등 대규모 접종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접종 장소 역시 수십 곳의 거점병원에서 시작해 수백 곳의 지역 보건의 병원으로 넓혀가고 있으며, 내달 4일부터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보급도 시작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된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을 감안, 빨라진 전파 속도만큼 접종 속도도 대폭 키운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등의 수십 개의 국가는 영국발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함으로써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을 방지에 나섰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실행 중인 대만은 영국 우편물의 발송이나 수취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했으며, 인도네시아와 일본은 아예 세계 각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 자체를 모두 막아 세웠다. 문제는 이러한 고강도 조처가 대부분 변이 바이러스가 각국의 방역망을 이미 침투한 뒤 이뤄졌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한 일본에서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물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보고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례까지 총 15명의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됐다.
아직 공식적으로 현지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지 않은 인도 정부는 선제적 대응 조치에 나섰다. 영국을 오가는 항공편에 대해 이달 말까지 운항을 중단하는 한편, 최근 한 달 동안 영국에서 입국한 이들을 대상으로 전원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질병통제센터(NCDC) 산하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발견과 방역 대응을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TF)까지 마련했다. ‘INSACOG’라고 불리는 이 조직은 자국 내 여러 연구소들과 코로나19 바이러스 내 게놈(유전체) 변형 상황 등을 함께 모니터링하고, 이 연구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 세계 최대 코로나19 피해국인 미국의 보건 당국은 아직 변이 바이러스의 상륙 증좌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열어둔 채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브렛 지로어 미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미국에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국제적 연결성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여긴다”며 “널리 퍼진 건 분명히 아니지만, 지켜보고 여기에 없도록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영국발 항공편 탑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미국 입국 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의무화하는 한편, 자국 내 백신 확보와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