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은행 내 고객 10명 제한에…ATM 공간으로 몰려 ‘혼란’

입력 2020-12-28 16:12 수정 2020-12-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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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장 대신 다른 공간으로 몰려 ‘풍선효과’
대기 인원 제한 안 지켜지는 은행도
은행별 인원 수 제한 시행일 영업점별로 달라

▲28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하나은행의 한 지점에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고객이 몰렸다. 이날 은행연합회가 내놓은 ‘은행 영업점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맞춰 이 영업점은 영업점 내 대기 공간의 고객을 10명으로 관리했다. 객장 출입이 제한된 고객들이 ATM 운영 공간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ATM 이용 고객들과 섞인 모습이다. (문수빈 기자 bean@)
▲28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하나은행의 한 지점에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고객이 몰렸다. 이날 은행연합회가 내놓은 ‘은행 영업점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맞춰 이 영업점은 영업점 내 대기 공간의 고객을 10명으로 관리했다. 객장 출입이 제한된 고객들이 ATM 운영 공간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ATM 이용 고객들과 섞인 모습이다. (문수빈 기자 bean@)

"지금 영업점 내 대기 고객이 10명을 넘었습니다. 밖에서 대기해 주세요.”

28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우리은행의 한 지점 직원은 영업점 내로 들어서려 하는 11번째 고객에게 이같이 안내했다. 영업점 밖으로 밀려난 이 고객 뒤로 12, 13번째 고객이 차례로 줄을 섰다. 은행 직원은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안에서 직접 번호표를 뽑아 건넸다. 영업점 안에는 10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만 있었다. 고객 1명이 나오자 11번째 고객은 영업점 내 대기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은행이 객장의 대기 고객을 10명으로 제한한 건 전날 있었던 은행연합회의 발표 때문이다.

은행연은 27일 정부의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 대책에 맞춰 28일부터 ‘은행 영업점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객장의 대기 고객을 가급적 10명 이내로 제한하고 한 칸 띄어 앉기 등으로 고객 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골자다. 인원 제한으로 입장하지 못하는 고객은 영업점 출입구 등에 고객 대기 선을 표시해 고객 간 거리가 2m 이상 유지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는 최근 일주일(12월 22~28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1013명 발생해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시행 첫날 은행연의 방역 대책은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됐다. 은평구에 위치한 하나은행은 영업점의 대기 공간 내 대기 고객을 10명으로 유지했지만, 대기 공간 바로 옆 영업점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있는 곳은 인원 수 제한이 없었다. 영업점 창구에서 일을 보기 위해 은행에 온 고객들이 이곳에 몰렸다. 창구 고객과 ATM 사용 고객 20여 명이 좁은 공간에 섞이면서 혼란스러웠다. 은행연이 권고한 인원의 2배가 넘게 몰렸지만 어떤 제지도 없었다.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은 영업점의 대기 공간으로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은 근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세 은행은 영업점 대기 공간 내 대기 고객을 10명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체온 체크를 한 고객이면 모두 은행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은행의 좌석 중간중간에는 자리를 띄어 앉으라는 안내가 있었지만 10명이 넘는 고객이 한 공간에 있었다.

신한은행은 영업점 밖 유리에 ‘은행 내 대기 고객을 10명으로 제한’이라는 안내문을 붙였지만 안내문과 달리 객장에는 20명이 넘는 고객들로 붐볐다. 은행 직원은 “기계에서 번호표가 10장씩 끊어서 나오게 제한하기로 했는데 아직 기계가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번호표 기계로 인한 제어와 함께 지점 전 직원을 동원해 객장 내 고객 응대에 나선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영업점 내 대기 공간의 고객은 줄였지만, ATM이 위치한 곳 등 다른 좁은 공간으로 대기 고객이 몰리는 풍선 효과도 나타났다. 협소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부대낀 고객이 결국 영업점 내 대기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은행연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대해 “의무가 아닌 권고”라며 “이 사항을 안 지킨다고 해서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중 은행들은 은행연이 마련한 거리두기 강화 방침 시행일을 각 영업점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이 같은 대기 인원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 KB국민은행은 영업점별 대응방침과 기준을 마련해 29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준비 상황에 따라 시행 시기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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