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판'이 '닭 한마리'보다 비싸다?…AI가 '몸값' 뒤바꿨다

입력 2020-12-29 10:34 수정 2020-12-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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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넷째주 계란 30개들이 3700원대ㆍ치킨 프랜차이즈 사용 닭 한마리 3688원 '가격 역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가격이 크게 치솟은 반면 육계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육계와 계란은 공통적으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때마다 살처분으로 인해 수급 부족을 겪는다. 그러나 AI 창궐 때마다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계란이다. 같은 리스크 요인이 발생해도 계란과 육계의 시세 변동 폭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생육 기간이 이들의 가격 변동률을 가르는 변수다.

29일 축산물 품질평가원의 시세정보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육계 10호(950~1050g이하) 기준 도매가격은 지난주 3688원으로 전월대비 3.65% 오르는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30개 들이 계란(대란)은 10% 가까운 오름세를 보였다.

육계 역시 계란과 마찬가지로 12월 넷째주 가격은 올 하반기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육계의 경우 9월에도 3600원대까지 가격이 오른 바 있어 평년 수준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의 오름세는 아니다. 반면 계란(30개 들이)은 올 하반기 한 때 2900원대까지 가격이 하락했으나 9월 이후부터 오름세를 유지하더니 12월 넷째주에는 올들어 처음으로 3700원대를 찍었다. 계란 한 판 가격이 닭 한마리보다 비싼 수준을 기록한 것도 올 들어 처음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AI에도 불구 육계 가격은 안정화를 보이는 반면 계란값이 폭등하는 이유는 생육기간에 따른 부족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의 차이 때문이다. 계란을 낳는 산란계의 경우 보통 50주 내외의 생육기간을 필요로 한다. 1년 이상 닭을 키워야만 계란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육계용 닭의 경우 짧으면 30일, 길면 45일만에 부화부터 출하까지 마무리된다. 산란계 농장에 AI가 확산될 경우 회복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육계농장의 경우 방역 등을 감안해도 두달 여만에 정상 출하가 가능한 구조다. 또 산란계는 기후와 습도 등에 따라 산란율이 감소할 수 있는 만큼 겨울철 산란율이 저하되기 쉽다. AI와 겨울이라는 시기적인 악재가 맞물리면서 계란 수급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육계의 경우 정상화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짧은데다 부분육 등은 해외 수입이 활발해 국내에 수급 불균형이 생겨도 빠르게 대처가 가능한 점도 가격변동폭이 적은 이유다.

유통업계에서는 계란 가격이 당분간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육계는 여름철 보양식 등으로 삼계용 닭이나 일부 품목이 단기간 오르긴 하지만 수급 안정성이 높아 연중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며 "계란은 완전식품으로 주목받는데다 거의 매일 소비가 이뤄지는 품목이어서 최근의 가격 상승세는 AI가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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