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에서 진행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그야말로 '사과 청문회'였다. '구의역 김군'에 대한 변 후보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야당이 맹공을 퍼부었고, 변 후보자는 사과로 청문회를 시작해 사과로 끝낼 만큼 수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날 변 후보자는 김군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로 청문회를 시작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군과 유족, 오늘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변 후보자의) 면면을 살펴볼수록 참담하다"며 "면피성 사과 후 이 자리에 올 게 아니라 구의역에서 사망한 희생자 김군과 유가족에 찾아가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하는 게 맞다"고 공격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김군이 실수로 죽었느냐"고 묻자 변 후보자는 "피해자와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경솔한 발언을 했다. 사과드린다"고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심 의원은 '사람이 먼저'라는 국정 철학을 내건 현 정부에는 더욱이 적합하지 않다는 게 '민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딸의 고교 입시 과정의 문제점을 구의역 김군에 대한 발언에 빗대며 "장녀의 특목고 진학 과정에서 나타난 엄마 아빠 찬스, 이것도 문제이나 내 자식에 대해선 스펙을 부여하고 남의 자식의 절박한 근무 환경은 도외시한 점은 너무 경솔했다"고 질타했다.
변 후보자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픈 현실과 어려움에 대해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하고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몸을 숙였다.
그는 "재난이나 재해, 안전문제는 개인의 실수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게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국토부 장관이 되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재임 시절 주변 인사·단체들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했다. 특히 본인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환경공간학회가 LH로부터 수의계약한 의혹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변 후보자는 "사장 재임 시절 수의계약 건수가 약 100~125건으로 해당 학회와 맺은 수의계약은 한 건"이라며 "몰아주기라고 하는 건 너무 과하다. 학회에 수백명의 학자가 있고, 공모가 뜨면 연구에 나설 수 있다. 사장이 됐다고 특혜를 줄 권리도 없고, 절차에 따라 공모를 할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딸의 고교 입시 활동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변 후보자 장녀가 중학교 재학 시절 봉사활동을 했던 단체가 변 후보자가 몸담았던 시민단체인 환경정의시민연대였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는 해당 단체에서의 봉사활동 내역은 입시서류 초안에 썼지만 실제로는 안 썼고, 학교 봉사활동 실적에도 잡히지도 않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1가구 1주택 보유·거주 원칙을 명시하는 주거기본법 개정안에 대해선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1가구 1주택 법안에 대해 찬성하는지 묻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기본적으로 주거기본법 정신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변 후보자는 "1가구 1주택만을 강조한 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주택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로 법안을 만든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1가구 1주택 보유·거주’를 명시하는 내용의 주거기본법 개정안은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개정안은 △1가구 1주택 보유·거주 △무주택자 및 실거주자 주택 우선 공급 △주택의 투기 목적 활용 금지 등의 ‘주거 정의 3원칙’을 주거기본법에 규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이 개정안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논란에 휩싸여있다.
이날 그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포부를 전하며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충분한 물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계획과 실행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를 속도감 있게 조성하고 공공주도 정비사업과 공공전세형 주택 공급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뉴딜 역시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변 후보자는 특히 서울에서도 질 좋고 저렴한 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서울 역세권 용적률을 300% 이상 올리고 역세권 반경도 500m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