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산업계, 내년 설비 투자 3% 줄인다…'백신'이 경제 회복 주요 변수

입력 2020-12-2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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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연합포럼(KIAF), 7회 산업발전포럼 개최…신중한 규제 입법ㆍ노동 경직성 완화 필요

▲주요업종 설비투자 전망. 주요 7개 업종이 예고한 내년도 시설투자액은 53조2000억 원으로, 올해(54조9000억 원)보다 3.1% 감소하고 지난해(62조1000억 원)보다는 14.3%나 쥴어들 전망이다.  (사진제공=KIAF)
▲주요업종 설비투자 전망. 주요 7개 업종이 예고한 내년도 시설투자액은 53조2000억 원으로, 올해(54조9000억 원)보다 3.1% 감소하고 지난해(62조1000억 원)보다는 14.3%나 쥴어들 전망이다. (사진제공=KIAF)

내년에는 경기 회복에 힘입어 국내 기업의 수출이 올해보다 12% 증가하지만, 설비 투자는 3%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각종 규제 입법과 노사갈등을 비롯한 구조적 요인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신속한 보급이 안정적인 경기 회복을 좌우할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15개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2일 ‘주요산업 현황, 전망 및 과제’를 주제로 제7회 산업발전포럼을 열고 산업계의 진단과 목소리를 전달했다.

기업 설비투자, 올해보다 3.1% 감소…'백신'이 경제 회복 중요 변수

▲정만기 KIAF 회장이 22일 제7회 산업발전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IAF)
▲정만기 KIAF 회장이 22일 제7회 산업발전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IAF)

이날 발표된 KIAF 조사 결과, 11개 업종의 내년 수출액은 4222억 달러로 올해(3771억 달러)보다 11.9% 증가할 전망이다. 생산도 △조선 14.0% △자동차 10.3% △기계 6.4% 등을 중심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반면, 내년도 설비투자는 대부분 기관의 전망과 달리 정체 혹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자동차, 전자 등 주요 7개 업종이 예고한 내년도 시설투자액은 53조2000억 원으로, 올해(54조9000억 원)보다 3.1% 감소하고 지난해(62조1000억 원)보다는 14.3%나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36조3000억 원에서 올해 33조3000억 원으로 8.3%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는 30조 원으로 다시 9.9%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KIAF에 따르면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에는 높은 인건비와 노사갈등 등 구조적 요인뿐 아니라 투자자금 조달 애로, 인프라 지원 미흡 등의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만기 KIAF 회장은 “한국은 GDP 대비 R&D(연구개발) 투자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중국산업의 팽창과 기술혁신에 의한 경쟁 심화, 노동경직성과 규제 입법 양산에 따른 기업 활동 위축, 온실가스규제 확대에 따른 비용 상승 등 구조적 요인으로 기업 투자가 정체 혹은 위축되며 산업 경제의 중장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라고 밝혔다.

내년도 경제가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려면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이 신속히 검증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세계 경제는 백신의 효과성, 안전성 등에 따라 경기 반등 속도가 변동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라며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미국이 주요 선진국 중 탄탄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중국은 8%대 성장률이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 위원은 코로나19가 영구적인 사회경제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비접촉 경제가 늘어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환경에 관한 관심이 커져 각국 정부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서두를 것”이라 전망했다.

규제 입법 신중해야…좋은 취지에도 부작용 유발 가능

▲노동경직성 국제비교  (사진제공=KIAF)
▲노동경직성 국제비교 (사진제공=KIAF)

이날 포럼에서는 노동 경직성과 규제 입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에 관한 업계의 우려도 제기됐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의 엄격한 노동 시장규제와 악화한 노동 유연성이 환경 변화에 둔감한 산업생산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2010~2018년 1인당 노동생산성 대비 노동비용 연평균 증가율은 일본이 -3.8%, 독일이 -2.7%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2.5%에 달했다”라며 “최근 국회가 6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 시간제를 도입하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이 역시 까다로운 도입요건을 제시해 활용하기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도입을 위한 상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은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만기 회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언급하며 “대부분 업종별 단체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라며 “사고 발생과 경영자 책임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는데 처벌하는 경우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 있고, 이러한 우려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관해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외국 투기자본이 추천하는 사람이 감사/이사로 선임돼 우리 기업의 전략이나 영업비밀을 빼가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이해관계자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필요하면 재개정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내년 반도체ㆍ전지 호황에도…투자환경은 ‘척박’

업종 단체별 현황 진단과 제언도 이어졌다. 먼저, 반도체와 전지 산업은 내년에 기저효과에 힘입어 호황이 전망되지만, 투자 환경이 되레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5G 단말기의 본격적인 확산, 데이터센터 투자 재개를 통한 메모리ㆍ시스템반도체 동반 성장이 예상된다”라며 “메모리 반도체에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안정적 공급전략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시스템 반도체는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장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상무는 투자 환경이 이전보다 악화했다고 짚었다. 도로, 전기, 용수 등 허가에 인허가 기간만 1년 이상 소요되고, 민원에 따라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최근 도입된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기업들의 투자 위험성이 증가한 상황이라고 봤다.

전지 산업을 대표해 발표한 김대기 SNE리서치 부사장은 “올해 4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54% 성장할 전망이고, 이에 따라 내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올해 대비 65%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부사장은 “양극재ㆍ음극재를 비롯한 4대 핵심소재에 대한 동반 투자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양극재를 제외한 모든 핵심 소재에서 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내년 자동차 수출, 올해보다 23% 급증할 것…생산 유연성 향상 필요

▲자동차 업계 내년도 내수 전망  (사진제공=KAMA)
▲자동차 업계 내년도 내수 전망 (사진제공=KAMA)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정부의 정책 효과, 금융지원, 방역 조치 등에 힘입어 경쟁국 대비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업계에선 본격적인 수출 회복이 예상되는 내년을 대비해 노사관계 안정화와 미래차 전환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조창성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실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패가 ‘생산경쟁력’에 달려있다”라며 “한국은 독일, 미국, 일본 등 해외 업체보다 노동 유연성이 부족해 시장 회복 시 탄력적 생산이 어려워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내년도 자동차 내수는 올해보다 4% 감소하지만, 수출은 23%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업계가 내년에 투자할 금액은 △연구개발 5조7000억 원 △설비 6조1000억 원 △전략투자 1조5000억 원 등 총 13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5년까지는 75조7000억 원을 투자한다.

내년 국내 철강 시장, 세계 시장보다 회복속도 더딜 것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도 철강 시장이 각국의 재정투자에 힘입어 수요가 늘겠지만, 국내 시장 회복은 원자재 비용 부담과 조선업 부진에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공 연구위원은 “내년 세계 철강 수요는 2019년 수준을 웃도는 17억9000만 톤으로 회복이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철강 시장은 내수가 연 5000만 톤 수준의 제한적 회복에 그치고 수출은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공 연구위원은 “국내 철강 시장은 조선산업의 비중이 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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