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라는 이름은 괜스레 범접하기 힘든 느낌을 준다. G90처럼 주로 큼직한 차종이 브랜드의 주축을 이루고 있어서다. 하지만, 대형 세단과 SUV가 제네시스의 전부는 아니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때부터 다양한 고객의 생활방식을 충족하기 위해 대형 럭셔리 세단뿐 아니라 중형 SUV도 아우르는 제품군을 갖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GV70은 그 계획의 마지막 퍼즐이다.
15일 경기도 하남에서 GV70을 만났다. 제네시스라는 이름이 가진 존재감 탓인지 중형 SUV라 하기엔 더 커 보였다.
GV70의 차체는 길이(전장)와 너비(전폭)가 각각 4716㎜, 1910㎜로 현대차 싼타페보다 작고 투싼보다는 크다. 단, 높이(전고)는 1630㎜로 중소형급 SUV인 기아차 셀토스와 비슷하다. 쿠페처럼 유선형 디자인을 갖춰서다.
큼직한 그릴이 자리한 전면부는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고유 디자인인 ‘쿼드램프’(두 줄 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이 날개 엠블럼을 형상화하고, 그릴에는 다이아몬드 빛이 반사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지-매트릭스 패턴’을 넣었다. 한눈에 봐도 제네시스 제품임을 알 수 있다. 날개 엠블럼 양옆으로는 마치 ‘비행운’ 같은 라인이 보닛을 가로지르며 날렵함을 더한다.
측면의 매끄러운 아치형 라인은 차체를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고, 후면부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한다.
실내는 둥글둥글한 선과 면이 만나며 깔끔한 인상을 준다. 송풍구와 이를 가로지르는 얇은 크롬 라인이 1열을 둘러싸고, 센터페시아에는 공조 버튼을 모두 액정표시장치(LCD)에 담아 번잡함을 덜었다. 특히, LCD는 터치패드 방식을 적용했는데, 버튼을 누를 때의 부드러운 감촉이 고급 수입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14.5인치에 달해 보기 편하다. 센터 콘솔에는 다이얼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SBW)와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는 다이얼을 나란히 배치해 통일감을 준다.
레이아웃을 최적화해 공간 편의성도 높였다. 2열 등받이는 다양한 각도로 조절할 수 있는데, 등받이를 최대한 세워도 키가 180㎝인 성인이 앉기에 불편함이 없다. 헤드룸(머리공간)에는 주먹 하나 정도가 들어갈 공간이 있다. 다만, 레그룸(다리공간)이 그리 넉넉하진 않다.
시승한 차는 가솔린 3.5 터보 모델로 최고 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ㆍm의 힘을 낸다. 일단 주행을 시작하면 준수한 동력 성능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반응이 즉각적이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속도를 낸다. 멈칫거림은 전혀 없다. 시속 60~80㎞ 내외의 실용 영역은 물론이고, 100㎞ 이상 고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속도를 낼수록 낮고 묵직한 엔진 소리가 들리지만 거슬리진 않는다.
특히, GV70은 출발 시 가속을 극대화하는 ‘런치 컨트롤’ 기술을 기본 적용했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경쾌한 가속을 느낄 수 있다.
고속 주행 시에도 실내는 정숙함을 유지한다. 앞 유리와 창문에 차음 유리를 사용하고, 엔진룸에 격벽 구조를 적용한 덕분이다. 스티어링 휠은 차체 크기에 걸맞게 묵직하게 돌아간다. 급격한 코너와 높낮이가 반복되는 국도에서도 차체는 휘청거림 없이 차선 안에 머무른다.
첨단 안전 장비도 명민하게 작동한다. 특히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장치는 달리고 있는 도로의 제한속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자동으로 제어해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포함해 왕복 약 90㎞를 오간 결과 1리터당 연비는 9.1㎞로 기록됐다. 공인 복합연비는 8.6㎞/ℓ다.
일반적으로 시승 행사에 다녀오면 차의 디자인이나 새로운 기술, 연비 등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주행 성능이 가장 인상적이다.
자동차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고급스러움까지 놓치지 않았다. '제네시스'라는 단어에 담긴 뜻처럼, 도심형 SUV의 새로운 기준이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