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에서 세계 일등 자리에 오른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초기 단계의 시장에서 왕좌에 앉았지만, 향후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만큼 차세대 기술도 발 빠르게 개발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은 최근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LG화학은 “리튬황과 전고체 전지를 개발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폴리머베이스, 황화물계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용화 시점에 대한 언급은 이르지만 리튬황은 2025년, 전고체는 2020년대 후반 샘플 수준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류는 리튬 이온 배터리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코발트 등 고가의 양극재 소재가 필수적으로 사용돼야 해 가격이 비싸고, 화재·폭발의 위험이 있는 등의 단점이 있다.
리튬 이온 전지의 대안으로 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전고체 전지와 리튬과 황을 전극 재료로 사용하는 리튬황 전지가 차세대 기술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전기차 시장성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업체들은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고 안정성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의 강자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차세대 배터리를 ‘게임 체인저’로 삼고 시장의 판도를 뒤집으려는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톱-티어(top-tier)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R&D에 집중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일정보다 더 이른 시점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대만 폭스콘은 2024년 전고체 배터리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 솔리드파워는 2023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고 공격적으로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늦게 진입한 기업들로선 전고체 배터리를 판을 뒤집을 수 있는 (LG나 삼성보다) 더 빠른 목표를 가져가야 해 도전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아직 배터리 분야에선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앞서고 있어 2025년 전에 상용화될 만한 전고체 배터리가 출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튬 이온 배터리 역시 기술 개발을 통해 주행거리와 안정성 측면의 개선이 이뤄져 차세대 배터리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배터리와 함께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태양광 부문에서도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태양광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화큐셀 역시 차세대 태양광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한화큐셀은 학계와 중소기업과 함께 차세대 태양광 셀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ㆍ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셀’(탠덤 셀)의 R&D에 나섰다.
작년 2월부터는 판교에 차세대 태양광 셀 연구센터를 설립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해 온 한화큐셀이 이달 10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주관한 ‘2020년 하반기 신재생에너지 R&D 신규평가’에서 탠덤 셀의 국책 과제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탠덤 셀은 기존의 실리콘 태양광 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쌓는 형태로 만든다. 상부에 자리한 페로브스카이트 부분에서 단파장 빛을 흡수하고 하부의 실리콘 태양광 셀에서 장파장 빛을 추가로 흡수하기 때문에 장파장 위주로 흡수하던 기존 실리콘 태양광 셀 대비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90% 수준의 시장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리콘 태양광 셀의 이론효율 한계가 29% 수준인 것에 반해 탠덤 셀의 최대 효율은 44%까지 가능한 것으로 연구기관들은 예측하며 탠덤 셀은 차세대 태양광 셀 기술로 주목받는다.
한화큐셀은 텐덤 셀 개발을 통해 대규모 물량으로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는 중국 태양광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확대해 글로벌 고부가가치의 태양광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