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중국 파운드리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8인치(200㎜) 시장 대응력 강화에 나섰다.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매출 구조 변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 SMIC가 미국 제재 영역 안에 포함되며 공급 부족에 따른 호황이 도래한 점도 호재다.
14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자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 IC의 중국 우시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12일(현지 시간) 정식 가동을 기념하기 위해 ‘M8 프로젝트 생산 가동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리 샤오민 당 부위원장 겸 부비서, 황친 우시 시장 등 8명의 현지 관료 인사가 참가했다. 이들은 파운드리 생산 라인 및 연구·개발(R&D) 공간 등을 방문해 제품 생산 과정을 관람했다. 리 샤오민 부위원장의 경우 과거 우시시 서기 출신으로, SK하이닉스 시스템IC 중국 팹 설립과 이설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우시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축하하기 위한 방문”이라며 “시험가동이 시작된 올해 하반기부터 현지 관료들의 방문 의사가 꾸준히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최근 작은 규모의 행사를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시스템IC는 8인치 웨이퍼로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 반도체(PMIC) 등의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한다. 우시 파운드리 공장 설립은 중국 내 1000개가 넘는 팹리스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다.
이를 위해 2018년 9월 우시시 정부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공장 건립에 나섰다. 총투자비용은 14억 달러(1조52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공장 클린룸을 완공했고, 하반기 들어 충북 청주 M8 공장 장비를 단계적으로 옮기며 시험가동 체제를 유지해왔다. 18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며 일부 반입 장비에선 매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도 청주 설비에 대한 이설 작업이 진행 중이고, 고객사 인증 절차도 남아있는 만큼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이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본격적인 가동에 앞서 회사는 현지 특화 인력들도 꾸준히 채용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시스템IC는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매달 경영기획 담당자 모집 채용 공고를 냈는데, 모두 중국인 유학생 우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왔다.
우시 파운드리 투자에 더해 올해 3월엔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과 청주공장(팹 4)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 총 투자 금액은 2100억 원 수준이다. 매각된 팹은 올해 8월 ‘키파운드리’로 사명을 확정하고 독자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키파운드리 역시 SK하이닉스 시스템IC와 같은 8인치 제품을 생산한다.
올해는 이 같은 투자가 실적 성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미국 정부의 중국 SMIC 제재로 인해 국내 8인치 팹들이 호황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8인치 생산량은 올해 600만 장에서 2022년 650만 장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시스템IC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5280억, 영업이익 790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8%, 4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이미 2019년 영업이익(760억 원)을 추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