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로봇 중심 신(新) 밸류체인 구축에 나선다. 이번 인수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핵심 계열사가 함께 참여한 만큼, 그룹 차원의 시너지가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는 총 8억8000만 달러(약 9609억 원)가 투입된다.
이번 합의로 현대차그룹은 총 11억 달러(약 1조2012억 원)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보유하게 됐다. 특히 이번 지분 인수에는 정의선 회장도 직접 참여해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정의선 회장 2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로 구성됐다. 정 회장은 2억2000만 달러(약 2402억 원)의 사재를 투입했다.
이번 인수는 정 회장 취임 후 이뤄진 첫 번째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이 로봇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로봇 시장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을 거듭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해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된 지능형 로봇 개발 업체다. 보행 로봇 스팟, 아틀라스, 물류 로봇 픽 등을 공개했고, 2016년부터는 2족 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체계적인 로봇 연구 시스템, 우수한 인력과 기술이 그룹의 사업 역량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로보틱스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전동화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뿐 아니라 물류와 운송, 서비스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분야에서 종합적인 인지ㆍ판단ㆍ제어 기능이 요구되는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ㆍ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과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미 현대ㆍ기아차는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로보틱스랩을 두고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자형 착용 로봇 CEX’와 ‘윗보기 작업용 착용 로봇 VEX’를 개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판매 현장에서 고객에게 차에 관해 설명해주는 판매 서비스 로봇 ‘달이(DAL-e)’, 자동으로 전기차 충전구를 찾아 충전을 해주는 로봇 등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보틱스랩의 협업으로 더 완성도 높은 로봇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현대차그룹은 사업 초기 그룹 내 로봇 도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 수익성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생산운송 과정에서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 운영비 절감과 생산 시간 단축 등도 도모할 수 있다.
라스트마일(last mile) 로봇 모빌리티가 개발되면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 영역인 AS 부품 공급에서도 효과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현대글로비스는 급성장이 예상되는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효율성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로보틱스 분야 종합 솔루션 사업을 추진한다. 산업, 의료, 배송, 개인용 서비스, 스마트 팩토리 등 로봇이 활용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로봇의 제어, 관리, 정비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사업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