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 31명 승진 … 미래 CEO 후보군 강화
삼성전자가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성과주의'를 재확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지난해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을 감안해 승진 인사 폭을 확대했다.
특히 직위나 승진 연한과 관계없이 발탁 승진한 임원의 숫자는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4일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214명을 승진시키는 2021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2017년 221명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승진 인사다. 2018년에는 158명, 올해 초에는 162명이 승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 속에 실적 개선을 감안해 승진 인사폭을 크게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67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도 12조3500억 원으로 2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냈다.
성과주의에 따라 발탁 승진자 규모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가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들을 대상으로 한 발탁 승진자는 25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11.7%에 달했다. 2017년 5월 8명, 2017년 말 13명, 2018년 말 18명, 올 1월 24명 등 꾸준히 느는 추세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인 부사장의 면면을 확 바꿨다.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처음 단행하는 정기 인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쪽에서는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에 이석준,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 공정개발팀장에 황기현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이석준 부사장은 다양한 제품 개발을 경험한 회로 설계 전문가로 LSI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며 신규사업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기현 부사장은 디퓨젼 공정개발에 대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전문가로 D램과 낸드, 로직 등 차세대 제품의 독보적인 공정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비스포크 시리즈'로 승승장구한 생활가전사업부에서도 승진 행렬이 이어졌다. 앞서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전략마케팅팀장과 개발팀장에 각각 이강협, 이기수 부사장 등이 승진 임명됐다.
이 가운데 이기수 부사장은 발탁 승진자다. 이기수 신임 부사장은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AI 세탁기 등 혁신 가전 기획과 개발을 통해 삼성전자가 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무선통신 분야에서도 발탁 승진자가 나왔다. 이준희 신임 부사장은 무선통신 기술 전문가로 5G(5세대 이동통신) vRAN(기지국 가상화 기술) 상용화를 주도해 올 9월 글로벌 1위 통신사업자인 미국 버라이즌과 66억4000만 달러(약 7조9000억 원) 상당의 5G 장비 공급 계약을 따내는 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외에 고승환 VD사업부 구매팀장, 김학상 무선사업부 NC개발팀장, 최방섭 SEA법인(미국) 모바일 비즈니스장, 최승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 윤태양 글로벌인프라총괄 평택사업장, 한인택 종합기술원 재료(Material)연구센터장 전무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조직 혁신과 지속가능경영의 기반이 되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외국인과 여성에 대한 승진 문호도 확대했다. 여성 승진자 가운데 1979년생인 이윤경 삼성리서치 데이터 분석 연구실 상무는 최현호 종합기술원 유기소재랩 상무와 함께 만41세로 최연소 상무 타이틀을 달았다.
소프트웨어(SW) 분야 승진자도 올해 초 10명에서 이번 인사에는 21명으로 2배 늘어났다. 기술 부문의 인재 기용을 대폭 강화했다는 평가다. 연구개발 부문 최고 전문가인 펠로우와 마스터도 각각 1명, 16명이 선임됐다.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의 전자계열사들도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2명, 삼성SDI는 19명, 삼성전기는 16명의 승진자를 각각 배출했다.
삼성SDI의 차세대 전지 개발을 주도한 김윤창 전무와 우수 인력 양성·조직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심의경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삼성전기의 인프라 기술 전문가인 안정수 전무가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은 이번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고,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