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 석유장관들은 이날 화상회의를 통해 내년도 산유량 결정을 위한 회의를 열고, 내년도 생산량을 현재 수준보다 하루 50만 배럴 늘리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는 애초에 계획했던 하루 200만 배럴의 증산의 4분의 1 규모에 해당한다.
OPEC+는 지난 4월 합의한 감산 계획에 따라 2018년 10월 산유량 대비 하루 970만 배럴 감산에 들어간 뒤, 지난 8월에는 감산량을 하루 770만 배럴로 조정했다. 기존 방침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일일 580만 배럴로 또다시 감축해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석유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이를 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참가국 장관들은 향후 수개월 동안 매달 회의를 열어 생산량 조정에 대한 판단을 지속할 방침이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날 회의 종료 이후 국영 사나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명한 결정”이라며 “매달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의 생산량 증가가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OPEC+의 이번 결정에 따라 당초 예상됐던 공급 과잉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OPEC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계획안대로 공급량 증가가 시행될 경우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돌아서면서, 최근의 유가 상승세가 발목 잡힐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증산 결정에 따라 내년 1분기에는 원유 시장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시장도 공급 폭이 크지 않다는 측면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날 유가는 상승 마감했다. 리스태드에너지의 파올라 로드리게스 마이수 원유시장 선임 분석가는 CNBC 방송에 “내년 1월에 50만 배럴(의 공급 증가는)은 시장이 두려워하던 악몽까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유국들은 이날 일일 50만 배럴 증산 방안을 결정하기까지 치열한 논의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당초 1일로 예정됐던 OPEC+ 회의가 연기될 정도였다. 현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기존 감산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만, 미국이 곧바로 셰일오일 생산을 재개해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OPEC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증산 연기를, 비OPEC 회원국의 대표 격인 러시아는 증산 반대를 각각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두 진영은 소규모 증산이라는 중간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