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년 반 만에 빅피겨로 여겨졌던 1100원을 깼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미 달러 과매도권에 진입한 데다 외환당국 개입 가능성도 커지면서 연말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선으로 되돌림 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하락하더라도 1080원을 하단으로 봤다.
대외적으로는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승인했고, 미국에서 경기부양책 기대가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의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심리와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대내적으로도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랠리를 펼치고 있다. 이날 코스피도 장중 2695선에 바싹 다가서는 등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수주 소식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힘을 보탰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11월에 외국인 주식자금이 물밀 듯 들어오면서 주식시장이 좋다. 수출도 9월부터 호조세다. 선박수주 역시 9월부터 많다”며 “여기에다 위험자산 랠리와 달러화 약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백신과 조 바이든에 대한 기대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작년 10월 미·중 분쟁 완화 기대로 선박 발주가 몰렸었다. 지금 선박 수주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경기 정상화 기대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경제가 좋다기보단 글로벌 위험선호 분위기 영향이 크다.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바뀔 여지가 많지 않다. 미 대통령 취임식 전까진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지속될 것”이라며 “한쪽으로 쏠려있는 장세가 끝나면 반작용도 클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한방향 쏠림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약간 오버슈팅하는 느낌이다. 벌써부터 이리 급하게 떨어질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과민반응이 아닌가 싶다”면서도 “금융시장이라는 게 기대가 바뀌면 쉽게 이런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연말까지 원·달러는 좀 더 내려갈 것”이라고 봤다.
반면, 되돌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많았다. 기대감으로 선반영된 부분이 많은데다, 외환당국 개입 가능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문정희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환율은 1100원 정도로 보고 있다. 미국 추가 부양책과 코로나 백신에 일단 환경은 나쁘지 않지만 실제 추가 부양책이 얼마나 될지, 백신 접종엔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환율 레벨이 많이 내려와 있다. 당국으로서는 추가 하락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수출 문제도 있어 급격한 하락을 제어한다면 원·달러는 다시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미영 센터장도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냐다. 최근 원·달러 하락 기조 속에서 그간 달러를 처분하지 못했던 업체들이 달러를 많이 팔았다. 수급포지션이 가벼워졌을 가능성이 크다. 수입업체 결제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또, 경제가 정상화되면 그간 부진했던 해외투자도 늘 수 있다. 외환수급상 수출이 좋지만 크게 달러 공급이 밀려드는 상황은 아니다”며 “이미 달러 과매도권에 진입해 있다. 최근 과열을 빌미로 차익실현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경제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소영 교수는 “수출기업들의 재무제표가 안 좋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수출도 어려워지긴 하겠지만 다른 중요한 요인들이 많아 당장 크게 어려워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대대적인 개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무딩오퍼레이션을 통해 환율이 내려가더라도 천천히 내려가게끔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