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방식은 적법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1일 사모펀드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 등 3자연합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한진칼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연합은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한진칼의 500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었다. 현재 구조에서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이나 대출만으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진칼은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이라는 상환 부담이 없는 자기자본 확보 방안이 있는데 원리금 상환 의무가 따르는 사채 발행이나 지속적 수익원인 자산을 매각하라는 것은 회사 이익보다는 지분율 지키기만 급급한 이기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한진칼에 '사업상 중요한 자본 제휴'와 '긴급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시장에서 유일한 국적 항공사로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고, 재정상 위기 타개는 물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한진칼이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을 주요 주주로 확보해 자체 재무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항공사 통합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며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한진칼의 경영에 참여해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온 항공사 간 통합 과정을 효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아시아나항공은 극심한 재무상 어려움을 겪는 상황으로 언제라도 긴급한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한진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심각한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유입을 유지하고 보전할 유인이 있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3자연합이 제시한 거래 방식은 신주 발행을 충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봤다. 한진칼이 신주 발행을 결정한 것은 경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3자연합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는 것은 회사 전체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부득이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진칼이 3자연합의 신주인수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산은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공적 자금의 안정적 지원을 포기하는 것으로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이런 선택은 한진칼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도 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진칼의 신주 발행으로 3자연합이 당초 예상한 한진칼에 대한 지배권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를 결정적으로 바꾼다고는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진칼 대표이사 조원태는 산은이 추천한 사람을 한진칼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의무를 부담하지만 반대로 산은이 한진칼 현 경영진의 의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약정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은의 거래상 지위와 동기에 비춰 볼 때 산은은 향후 항공산업의 사회·경제적 중요성과 건전한 유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은을 한진칼 우호 주주로 봐도 3자연합은 지분 매수나 소수 주주와의 연대를 통해 얼마든지 경영권 변동을 도모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